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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사드 여파?" 1분기 외국인투자 9.2% 감소

최종수정 2017.04.04 11:00 기사입력2017.04.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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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지난해 사상최대를 기록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올 들어 미국·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풀 꺾였다. 보호무역주의를 외치는 미국 트럼프 신정부 출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 등의 여파를 비껴가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 미국의 대한(對韓) 투자 신고액은 30%, 중국은 50% 이상 줄었다. 다만 중국의 경우 홍콩, 싱가포르 등 제3국을 통한 투자가 많아 사드보복 여파로 규정짓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FDI 규모는 신고 기준 38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했다. FDI 신고액은 투자의향을 밝히는 선행지표적 성격을 갖고 있다. 같은 기간, 실제 집행 규모를 가리키는 FDI 도착액은 38.1% 늘어난 27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박성택 산업부 투자정책관(국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도착액이 늘어나는 등 비교적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신고액은 전년 대비 감소세를 나타냈으나 최근 5년 평균치(37억2000만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의 감소세가 뚜렷하다. 신고·도착액 모두 줄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통상정책,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5% 줄어든 3억6500만달러(신고액)를 기록했다. 도착액 역시 42.6% 감소한 1억9300만달러에 그쳤다.

EU(신고액 8억7600만달러·-50.3%) 역시 전반적인 대외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1억달러 이상의 대형투자 중심으로 감소세가 또렷했다. 한국에 대한 EU의 1억달러 이상 대형프로젝트는 작년 1분기 11억8000만달러 규모였으나 올 1분기에는 3억5000만달러선에 불과했다.

사드보복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중국(1억6300만달러)의 경우 신고액 기준으로 무려 56.4%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도착액 기준으로도 1년전보다 17.9% 줄어든 4100만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이를 사드보복 여파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통상 중국의 투자가 홍콩, 싱가포르 등을 거쳐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분기 홍콩, 싱가포르 등 중국 외 중화권의 투자는 신고 기준 67.5%, 도착 기준 366%나 늘었다. 중국을 포함할 경우 전체 중화권의 투자는 신고액 19억3800만달러(+35.1%), 도착액 9억9200만달러(+291%)로 파악됐다.

이밖에 일본의 대한 투자는 신고액 4억700만달러(+153%), 도착액 2억400만달러(+18.3%)으로 1년 전보다 늘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투자가 감소한 반면, 서비스업의 투자가 도착기준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제조업은 신고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1% 감소한 9억7100만달러를 기록했다. 도착기준(4억6600만달러)으로는 27.4% 줄었다. 다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의료용 로봇, 시스템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관련 제조업 투자가 확대되고 있어 긍정적으로 풀이된다.

서비스업 투자는 신고기준 28억2000만달러(-4.5%), 도착기준 23억1000만달러(+72.1%)로 나타났다. 금융·보험, 음식·숙박 등 분야는 증가했으나, 비즈니스서비스 분야는 전년도 기저효과 등으로 감소했다.

유형별로는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그린필드형 투자가 신고(30억6000만달러,-4.4%), 도착(17억1000만달러, -11%) 모두 줄었다. M&A형 투자는 신고(7억9300만달러, -24%) 기준으로 감소했으나, 도착(10억7000만달러) 기준으로는 사모펀드 등을 중심으로 1049% 증가했다.

당초 정부는 대외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올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가 더 저조할 것으로 우려했다. "전 세계적인 투자관망세를 감안할 때 비교적 선전했다"고 평가하는 까닭이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여전하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주요국 경제정책방향, 브렉시트 등 대형 이벤트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 앞서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올해 전세계 FDI가 약 10%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이 같은 불확실성을 지적한 바 있다.

박 국장은 "1분기 실적만으로 연간 외국인직접투자를 내다보기는 어렵다"며 "홍콩, 싱가포르 등 중화권 IR에 이어 상반기 중 EU, 일본 등 주요국에 대한 아웃리치 활동을 집중 추진하고, 신산업분야 현금지원 확대 등 주요과제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5년을 평균해 살펴보면 연간 FDI 중 1분기 비중은 20%선이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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