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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얘기지만 세상은 오래 전부터 이래 왔어. 네가 몰라서 슬픈 게다. 그게 이 땅의 역사라는 게다.” “그 역사, 이젠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요?” 감찰과장(김응수)과 우진(엄지원)의 대화는 단순히 두 사람이 지닌 세계관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만은 아니다. 감찰과장의 말이 냉정한 현실 판단이라면, 우진의 말은 그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이다. 서윤형 살인사건이 다시 극의 중심으로 돌아왔을 때, <싸인>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다. 실수를 바로 잡는 것에는 용기와 희생이 필요하다. 지훈(박신양)은 자신이 단 한 번의 과오로 스스로 법의관의 자격을 잃었다 말하며 국과수를 떠나고, 우진은 검찰을 그만 둘 각오를 하고 검찰 총장 앞에서 서윤형 살인사건을 계속 수사하겠다고 말한다. 대세를 따르지 않는 것은 크고 작은 불이익들을 가져다주지만, 용기 내어 내린 선택들은 언제고 보답을 받는다. 우진은 자신의 지위를 잃을 각오를 했기 때문에 수사를 허락받을 수 있었고, 지훈은 국과수를 떠났기 때문에 이명한(전광렬)이 짜는 부검 오더에 얽매이지 않고 촉탁의로 부검을 진행할 수 있었다. 우진은 자신이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 그대로, 이번에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권한을 사용한다. <싸인>은 현실 자체를 낙관하진 않지만, 변혁의 당위성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우진을 변호하기 위해 회의 중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던 감찰과장은 주변의 제지에 발언을 못 맺고 앉아야 했지만, 변화는 그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그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세상도 변하는 거라고 <싸인>은 말한다.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싸인>이 보내는 응원과 연대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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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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