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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고초려 끝에 영입된 엄태웅은 짓궂은 신고식을 당하고 ‘1박 2일’의 고된 생활에 대한 경험담을 들으며 야생을 지향하는 ‘1박 2일’의 정신을 공유했다. 그리고 구구단도 못하는 인간적인(이라 쓰고 ‘망가지는’ 이라 읽는) 모습으로 친숙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새 멤버 영입 소식으로 인터넷을 한동안 뜨겁게 달궜던 것에 비하면 첫 방송의 반응이 너무 고요하다. 이는 엄태웅의 부족함이라기보다 ‘1박 2일’의 정서와 방식이 이제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데려오기 미션은 커다란 장난이고 재미였다. 하지만 역시나 지나치게 작은 차를 타고, 복불복 게임을 하고, 겨울바다에 입수하는 벌칙을 받으며 ‘고생을 한다’는 것이 지난 방송의 요체였다. 즉 새 멤버가 온 그 설렘을 자연스레 전해주기보다 엄태웅이 기존 시스템을 견학하는 일일 게스트로 참여한 것 같았다. 이승기를 황제라 칭하는 것처럼 엄태웅을 ‘엄포스’, 대스타, 배우 운운하며 저 높이 띄운 다음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웃으며, 알고 보니 진국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것은 ‘1박 2일’의 전형적인 게스트맞이 방식이었다. 사실 과거 ‘1박 2일’이 캐릭터를 구축하며 ‘야생 예능’으로 한참 잘나가던 시절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멤버 이탈과 부적응 등으로 게임 조합의 경우의 수가 줄어들면서 예능으로서의 재미가 반감되었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새식구 엄태웅을 영입했다면 배우에서 예능으로의 변태나 예능과 다큐라는 기존의 도식이 아닌 다른 비전을 준비했어야 했다. 그런데 엄태웅은 캐릭터를 스스로 만들어내기보다 주변에서 망가지는 것을 들춰주도록 세팅되어 있다. 멀쩡한 스타가 망가지는 것도 한두 명(번)이지 매번 그렇게 색다르고 재밌을까. 나름 영민하게 대처해온 ‘1박 2일’이기에 앞으로를 기대하지만 엄태웅의 어깨가 너무나 무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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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교석(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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