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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빅뱅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 아, 물론 천체물리학 얘기다. 빅뱅 이후에야 시간도 생기고 공간도 생기고 질서도 생겼다. 그리고 지금 그룹 빅뱅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이름에 어울려 보인다. 2년 3개월 만에 발표한 미니 앨범 4집의 수록곡이 음원 차트를 ‘올킬’하고, 공중파 SBS와 음악 전문 케이블 Mnet에서 따로 컴백 스페셜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는 폭발력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4일,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한 그들은 음원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커다란 프로모션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아이돌 문화, 그리고 음악 시장에 대한 바람과 의지를 이야기했다. 과연 세상은 그룹 빅뱅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수 있을까. 그 새로운 질서의 방정식은 다음과 같다.
<#10_QMARK#> ‘시크릿 빅뱅’ 재밌게 봤다. (웃음) <빅쇼>에서 보여준 것인데, SBS에서 나오는 것도 예정돼 있던 건가.
GD: 그렇다.
<#10_QMARK#> 그럼 처음부터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겠다.
TOP: 좀 부담스러웠다. 2년 3개월 만에 컴백하는 부담감도 있는데다가 원작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으니까. 그래서 더 웃음을 드리고자 노력했다.
GD: 콘서트에만 썼더라면 좀 더 재밌게 찍을 수 있었겠지. 그런데 공중파고, 심의도 있어서 그 선에 맞춰 찍은 거 같다.
“빅뱅이 아닌 개개인으로 보게 될까 걱정했다”
<#10_QMARK#> 부담스럽다고 했는데, 사실 컴백에 맞춰 SBS와 Mnet에서 따로 컴백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TOP: 가장 큰 부담감은, 우리가 뭔가 특별대우를 받는 걸로 오해하는 분들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무대 하나하나 더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10_QMARK#> 그렇게 오랜만에 무대를 구성하는 건 어땠나. 그 2년 3개월 동안 개개인의 색이 너무 강해지지 않았나.
승리: 컴백을 앞두고 그런 얘기가 많이 나왔다. 그동안 솔로 활동을 많이 하면서 개개인의 입지가 굳어진 상황이라 컴백할 때, 빅뱅이 아닌 개개인으로 보면 어떡할까. 지용이 형이 부르는 파트가 GD 솔로 같거나. 그런데 컴백을 해보고 무대에 서니까 뭉치고 어울리는 분위기가 나왔다. 그걸 보여주려고 연습할 때 정말 신인으로 돌아간 것처럼 굉장히 열심히 했다.
TOP: 언제나 열심히는 했다. (웃음)
승리: 그랬지만, 그 배로. 연습 관련해서 리더도 신경 많이 쓰고, 연습 시간에 늦으면 벌금 내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TOP: 사실 이 부분을 많이 우려하긴 했는데 이제는 대중들이 그런 개성 있는 하나하나의 모습에서의 에너지를 원하는 것 같다. 우리도 빅뱅 아니면 그런 색을 낼 수 있는 그룹이 없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과하지 않은 선에서 여러 가지 색을 많이 보여줄 것 같다.
<#10_QMARK#> 이런 종합이라는 측면이 곡을 작업할 때의 출발점이 됐나.
GD: 그걸 염두에 두면 너무 그렇게 되니까 그러지 않으려고 했다. 이번 앨범을 위해 2년 반 정도 내리 작업을 했는데 ‘Tonight’은 1년 반 전에 나온 곡이다. 승리 씨가 말한 것처럼 대중이 듣기에는 다섯 명이 모인 콜라보레이션 같을 수도 있겠지만 그 안에서 묻어나오는 느낌은 꼭 그렇진 않았다. 아무리 안 어울릴 거 같은 애들이 모여도 어울리는 게 빅뱅인 거 같다. 그런 어울림이 잘 묻어나온 거 같다. 프로듀싱 하는 입장으로서는 어려운 게 없었고, 오히려 재밌었다.
<#10_QMARK#> ‘What Is Right’ 같은 곡에서는 보컬 파트의 변화와 곡 진행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는데 그걸 조합하는 재미도 있었을 것 같다.
GD: 각자 가진 목소리의 느낌이 다르지 않나. 태양 같은 경우에는 R&B적이면서도 얇고 여린 면이 있고, 대성이는 한국적인 통소리? 승리는 호흡을 많이 써서 애절한 면이 있고, TOP은 남성적이고 허스키한 목소리고. 내 경우에는 말할 때처럼 얇고. 이렇게 워낙 달라서 프로듀싱할 때 재밌다. 태양이 다음에 대성이가 나오든, 대성이 다음에 승리가 나오든 그런 짜깁기의 재미가 있고, 워낙 목소리의 밸런스가 달라서 지루함이 없다. 한곡이 3분이지만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 드는 거 같다.
TOP: 우리들은 정해두고 작업하기보다는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보는 거 같다. GD&TOP도 빅뱅 앨범을 준비하다가 나온 결과물이고.
<#10_QMARK#> 그런 다양한 조합을 시도하느라 앨범 발매가 더 늦어진 걸까.
TOP: 일본에 간 것도 있었고, 어쩌다 보니 개인 활동이 많아지면서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다. 2년 3개월이나 된지도 몰랐다. 그 동안 각자 쉰 적도 없었고. 그러다보니 기대치에 대한 부담감이 점점 커진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더 고민하고 좋은 걸 보여드리기 위해 신중하게 나왔다.
GD: 우리 팬덤에서만 들리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2년 3개월 동안 안 나오니 불화설을 비롯해 구설수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대중이어도, 사이 좋다면서도 같이 안 나오니 문제가 있겠거니 오해했을 거다. 하지만 준비하는 우리들로서는 좀 더 응원을 해주면 좋겠는데, 그런 말이 들려오며 마음이 좀 더 힘들었다. 빨리 만나러 가고 싶어서 준비 중이고, 성장통을 겪으며 앨범을 만들고 있는데 다른 말이 나오니까 서운한 느낌? 그래서 이번 앨범 내면서 원상태로 돌려놓고 싶었다.
“자유로운 척이 아닌 진짜 자유로움이 빅뱅”
TOP “과하지 않은 선에서 개성을 보여줘야 한다” |
승리 “정말 신인으로 돌아간 것처럼 열심히 했다” |
<#10_QMARK#> 팬덤 이야기를 했는데 TOP은 Mnet <빅뱅TV 라이브>에서 팬덤에 갇히지 않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했다.
TOP: 성장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그룹들이 다 할 수 있는 대중적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과하지 않은 선에서 개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봤다.
태양: 팬덤이 커지면서, 그 팬 여러분이 바라는 모습에 갇히면 위험한 것 같다. 그렇게만 해야 할 것 같고. 하지만 내가 원하고 바라는 건 다른 쪽인데 억압을 받으면 음악을 하는데 있어 제약이 된다. 때문에 팬덤에 신경 쓰기보다는 우리가 원하고 싶은 걸 해나갈 때, 점점 잘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TOP: 우리가 커다란 목표가 있거나 뭔가를 위해 달려가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보여드릴 게 많은데 한국은 아이돌이라는 틀 안에 갇히기 쉬운 환경이다. 그래서 그 안에 갇히지 않고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아이돌이면서도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우리를 보며 대리만족하고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그룹이 되면 좋겠다.
<#10_QMARK#> 그 대리만족과 해소라는 건, 단순히 음악의 문제만이 아닌 팀의 태도와도 관련된 것 같다.
TOP: 겉으로 보여주는 자유로운 척 하는 자유로움이 아닌, 진짜 자유로움이 우리 성향인 거 같다. 무언가에 갇히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GD: 그게 팀 색깔로 이어지는 것 같다. 빅뱅의 색이 되고, 무대에서나 음악적으로나 그렇게 된다. 우리가 팬덤이나 여러 가지에 갇히게 된다면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아이돌과 똑같이 되겠지. 하지만 우리는 다르게 가고 싶었고, 우리가 생각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고 나의 의견이 우선이었기에 음악적으로든 뭐든 시도를 많이 해봤다. 그게 좀 잘 통했고, 사람들이 좋게 봐준 것 같다.
<#10_QMARK#> 그런 이미지 때문에 허용되는 것들이 있다. 가령 ‘Tonight’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부수는 퍼포먼스는 자칫 허세처럼 보일 수 있는데 빅뱅이라 용납되는 면이 있다.
TOP: 우리가 1, 2년 된 그룹이 아니니까 대중 분들이 어느 정도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사실 퍼포먼스의 일종인 건데 우리도 항상 똑같은 모습만 보여드릴 수는 없고.
GD: 자신감의 문제인 거 같은데, 이제는 웬만해선 아무 거나 해도 우리가 하면 괜찮겠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그래서 하는 건데, 그걸 사람들이 보기에 부담스럽거나 의아하지 않게 받아들이지 않게 하는 게 우리의 몫이지. 사실 당연히 부끄럽다. 이걸 진짜 연주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부끄럽다고 생각하면 티가 난다. 하지만 내가 진짜 연주하는 거고, 내 무대고, 내가 부수는데 뭐, 이런 태도로 하니까 퍼포먼스의 일부로 생각해주는 것 같다.
<#10_QMARK#> 이처럼 자기 길을 걷는 팀으로서, 최근 동방신기나 SS501 같은 아이돌이 갈라서는 모습을 보면서도 생각하는 게 많을 수 있겠다.
GD: 많지. 동시대를 사는 아이돌 선배와 후배니까. 우리가 그들과 조금 다르게 풀릴 수 있었던 건, 서로 다른 음악적 견해를 솔로 활동으로 푼다는 거다. 그래서 빅뱅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끼리 싸우거나 의견 안 맞는 경우가 다른 팀에 비해 적은 거 같다. 결국 그런 문제들은 자신들이 문제에 닥쳤을 때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의 문제였던 거 같은데 좀 더 크고 멀리 보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사진제공. YG엔터테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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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위근우 eight@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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