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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LOGO#> <드림하이>를 시작할 때 “삼동이와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는데 그 바람이 이루어진 것 같나.
김수현 : 적어도 삼동이가 갖고 있는 것들은 내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삼동이는 순박하고 순수하면서도 항상 전체를 보는 느낌이었다. 혜미, 진국이와의 삼각관계 안에서 진국이가 늘 혜미에게 “이건 이렇게 해. 슬플 땐 울어. 그게 맞는 거야” 라면서 가르쳐주고 잡아주는 입장이었다면 삼동이는 “그래,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라며 그냥 지켜봐주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한 발 뒤에서 지켜볼 줄 아는 모습이 남자다워 보였고, 나도 그런 점들을 어느 정도는 배운 것 같다.
<#10LOGO#> <정글피쉬>나 MBC <김치 치즈 스마일>에도 출연했지만 아무래도 크게 주목받기 시작한 작품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였던 것 같다. 연기력은 물론 존재감 자체가 굉장히 강렬해졌다는 걸 느꼈는데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김수현 : 그 전까지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한 마디를 해도 연극조로, 틀에 짜인 것 같은 말투로 대사를 했다. 내가 모니터를 해 봐도 너무 가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부터는 그냥 어설픈 면을 보여주는 걸 무서워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사람은 완벽한 쪽보다 어설픈 쪽, 이기는 쪽보다는 상처받는 쪽에 마음이 더 가는 법이니까 어설픈 면을 보여줬을 때 좀 더 응원 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진이에겐 어수룩하고 뭔가 모자란 부분이 있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오히려 그런 면 때문에 움직인 것 같다. 예전보다 칭찬도 많이 받았고.
<#10LOGO#> 사람들의 응원이나 사랑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가.
김수현: 내 페이스대로 길을 가고 있는데, 거기에 응원과 사랑이 좀 더 나를 밀어주는 느낌, 그 정도다.
<#10LOGO#> 결국 자신의 마인드컨트롤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오히려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 좀처럼 만족하지 못하는 편 같다. 기대치가 높은 편인가?
김수현: 기대치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냥, 스스로에게 당근을 주는 것보다는 채찍질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아는 형님이 “배우가 연기를 하면서 자기만족을 느끼는 건 중요하지만 그게 자기합리화가 되면 안 된다. 그 만족이란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런데 난 아직도 자기만족과 자기 합리화의 경계를 잘 모르겠다. 그래서 아예 칭찬을 빼버린다.
<#10LOGO#> 그렇다면 언제쯤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줄 수 있을까.
김수현: 한 30년 뒤? (웃음) 나중에 머리 하얘졌을 때 (노인 목소리로) “허이구, 이젠 내가 좀 하는 것 같네. 어허, 좋네~” 이렇게. 하하. 그럼 노후에는 행복하게 살 수 있겠지.
<#10LOGO#> 하지만 연기를 계속 해 나가려면 어떤 에너지가 필요할 텐데, 자기만족이 아니어도 연기를 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뭔가.
김수현: 그냥 연기할 때의 기분, 하고 나서의 기분이다. 정신적인 것보다 몸으로 느껴지는 건데, 쉽게 말하면 카타르시스고 다른 말로 하면... 아, 이런 얘기 해도 되나? 음... 쾌변? 하하하. 그런 느낌이다.
<#10LOGO#> 평소에 감정기복이 심한 편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런 게 울고 웃는 감정 연기를 표현할 때는 좋지만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한 번 중심을 잃으면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지 않나.
김수현: 그래서 외롭기도 하다. 하지만 감정기복이 심한 건 연기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좋다. ‘감정은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기억해내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상황들을 구체적으로 기억해놓으면 나중에 연기할 때 꺼내 쓰기 쉽다고 하더라. 그래서 사진을 찍듯이 어떠한 상황을 기억해놓는다. 가끔 혼자 있다가 우울한 마음을 못 견디고 눈물이 날 때가 있는데, 시간이 좀 지나면 우는 이유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내가 어떤 동작으로 어딜 만지면서 울고 있구나, 이게 이런 그림이구나, 하고 기억을 해놓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찰력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연습도 많이 한다. 갑자기 서랍을 열고 10초 동안 본 다음에 닫고, 그 안에 뭐가 있었는지 기억해내는 게임 같은 건데, 닫자마자 ‘앗, 까먹었다!’ 할 때도 있지만 친구들이랑 같이 해 보니까 더 재밌다.
<#10LOGO#> 그래서인지 군중 속에서 혼자 우는 연기에 몰입하는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집중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나.
김수현: 2009년 정도부터 눈빛을 조금 다르게 해보고 싶어서 사람을 사물 보듯이 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러면 한 곳을 쏘는 게 아니라 약간 뒤로 넓게 보는 느낌이 나온다. 초점이 좀 퍼지는 느낌이랄까. 그런 연습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연기에 집중하려고 하면 외부와 내가 닫히는 것 같다... 아, 아니다! 말도 안 된다! 그 때 진짜 힘들었다. 와하하하하. 사람들이 사진을 막 찰칵찰칵 찍어대고!
<#10LOGO#> 마음속에서 항상 두 자아가 싸우고 있는 것 같다. (웃음) 하지만 대중들에게 보이는 결과물은 항상 잘 이겨낸 모습이다.
김수현: 다행이다. 언젠가는 붕괴된 걸 보여줄 수도 있겠다. (웃음)
<#10LOGO#> 어쨌든 지난 2년 사이 꾸준히 인지도가 상승했고 또래 연기자 가운데 가장 유망주로 손꼽히고 있다. 원했던 바기도 하겠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닥치니 힘들어진 점도 있나.
김수현: 사실 아직까지는 100% 실감을 못 하고 있다. 확실히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알아봐주시는 건 알겠고, 사무실에는 전화도 많이 오고. 하하. 아직까지 특별히 힘든 건 없다. 며칠 전에는 지하철을 탔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 난 이제 배경에 묻히는 능력이 생겼기 때문에, 그 땐 지하철 문이 되어 있었다. 하하하. 다만 내가 짊어지고 갈 책임감이 커지다보니까 신경이 쓰이거나 겁이 나는 부분은 있다.
<#10LOGO#> 가령 어떤 건가.
김수현: 원래 담배를 피는데, 밖에서는 괜히 줄이게 된다던가? (웃음)
<#10LOGO#> 배우로서의 활동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거는 기대가 더 커졌을 텐데 사람들이 나에게 원하는 모습과 내가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한다면 어디에 더 무게를 둘 것 같나.
김수현: 내가 원하는 걸 우선할 것 같다. 좀 이기적인가? 그런데 만약 대중들은 나의 멋진 모습을 기대하고 내가 원하는 건 사기꾼 같은 캐릭터라고 한다면 난 사기꾼을 멋있게 보여주겠다. 사람들의 기대 때문에 내가 원하는 걸 포기하고 그냥 멋진 것만 하려고 하면 오히려 실망시킬 것 같다.
<#10LOGO#> 사기꾼 외에도 바람둥이, 도둑놈처럼 도덕적인 기준에서 벗어나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김수현: 그런 직업들은 굉장히 매력적이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매력적이어야 사기를 치고 바람도 필 수 있다. 그렇다면 작품에서도 굉장한 매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모험 같기도 한데 그걸 성공적으로 표현했을 때 오는 쾌감이 있을 것 같다.
<#10LOGO#> 예전 인터뷰에서 “나는 좀, 야심가”라고 말한 적이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야심이란 게 뭔가?
김수현: 아직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비해 내가 가지고 있는 욕심이 큰 것 같다.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평생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것도 일종의 야심이다. 무슨 배짱인지는 몰라도 매번 10년, 20년 지날 때마다 거기에 맞는 인생경험을 쌓아서 진실된 연기로 김수현이란 사람을 보여 드리겠습니다고 얘기하는데, 이것도 좀 야심 같다. 배우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야심이 좀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10LOGO#> 누구나 갖고 있지만 속물 취급받을까봐 두려워서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게 야심이다. 혹시 사람들이 이런 점을 싫어할까 봐 걱정되지는 않나.
김수현: 앗, 지금부터 걱정되기 시작했다. 하하하. 하지만 그래도 결국 작품 안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난 연기가 좋다. 사실 내가 무서워하는 부분은 연기가 아니라 인간 김수현이 직접 드러나는 거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지금 김수현이 아니고 송삼동인데 삼동이는 담배도 안 피니까. (웃음) 괜히 그 이미지를 깨뜨릴까 봐 예능 프로그램에도 못 나간다. 나이를 좀 더 먹으면 용기가 생기려나.
<#10LOGO#> 10년을 주기로 그에 맞는 인생경험을 쌓을 계획이라면 일단 앞으로 반 넘게 남은 20대를 어떻게 보내고 싶나.
김수현 : 아, 마스터플랜이 있다. 우선 20대에는 자기계발을 진짜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 모두. 지금은 내가 좀... 왜소하기도 하고, 피부도 안 좋고 말 하는 것도 너무 애 같고. 하하. 계속 꿈에 젖어있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을 이제 지워가야지.
<#10LOGO#> 그렇다면 스스로 떠올리는 서른 살 김수현의 모습은 어떤가?
김수현 :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이게 무슨 냄새야?’ 할 정도로 남자 냄새가 풀풀 풍기는 사람? 하하. 그리고 굉장히 때 타 있을 것 같다. 캬아, 그럼 그 때부턴 본격적으로 뭔가 더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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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인터뷰. 이가온 thirteen@
10 아시아 인터뷰. 최지은 five@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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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 적어도 삼동이가 갖고 있는 것들은 내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삼동이는 순박하고 순수하면서도 항상 전체를 보는 느낌이었다. 혜미, 진국이와의 삼각관계 안에서 진국이가 늘 혜미에게 “이건 이렇게 해. 슬플 땐 울어. 그게 맞는 거야” 라면서 가르쳐주고 잡아주는 입장이었다면 삼동이는 “그래,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라며 그냥 지켜봐주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한 발 뒤에서 지켜볼 줄 아는 모습이 남자다워 보였고, 나도 그런 점들을 어느 정도는 배운 것 같다.
“연기는 카타르시스, 쾌변 같은 느낌”
<#10LOGO#> <정글피쉬>나 MBC <김치 치즈 스마일>에도 출연했지만 아무래도 크게 주목받기 시작한 작품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였던 것 같다. 연기력은 물론 존재감 자체가 굉장히 강렬해졌다는 걸 느꼈는데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김수현 : 그 전까지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한 마디를 해도 연극조로, 틀에 짜인 것 같은 말투로 대사를 했다. 내가 모니터를 해 봐도 너무 가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부터는 그냥 어설픈 면을 보여주는 걸 무서워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사람은 완벽한 쪽보다 어설픈 쪽, 이기는 쪽보다는 상처받는 쪽에 마음이 더 가는 법이니까 어설픈 면을 보여줬을 때 좀 더 응원 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진이에겐 어수룩하고 뭔가 모자란 부분이 있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오히려 그런 면 때문에 움직인 것 같다. 예전보다 칭찬도 많이 받았고.
<#10LOGO#> 사람들의 응원이나 사랑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가.
김수현: 내 페이스대로 길을 가고 있는데, 거기에 응원과 사랑이 좀 더 나를 밀어주는 느낌, 그 정도다.
<#10LOGO#> 결국 자신의 마인드컨트롤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오히려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 좀처럼 만족하지 못하는 편 같다. 기대치가 높은 편인가?
김수현: 기대치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냥, 스스로에게 당근을 주는 것보다는 채찍질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아는 형님이 “배우가 연기를 하면서 자기만족을 느끼는 건 중요하지만 그게 자기합리화가 되면 안 된다. 그 만족이란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런데 난 아직도 자기만족과 자기 합리화의 경계를 잘 모르겠다. 그래서 아예 칭찬을 빼버린다.
<#10LOGO#> 그렇다면 언제쯤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줄 수 있을까.
김수현: 한 30년 뒤? (웃음) 나중에 머리 하얘졌을 때 (노인 목소리로) “허이구, 이젠 내가 좀 하는 것 같네. 어허, 좋네~” 이렇게. 하하. 그럼 노후에는 행복하게 살 수 있겠지.
<#10LOGO#> 하지만 연기를 계속 해 나가려면 어떤 에너지가 필요할 텐데, 자기만족이 아니어도 연기를 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뭔가.
김수현: 그냥 연기할 때의 기분, 하고 나서의 기분이다. 정신적인 것보다 몸으로 느껴지는 건데, 쉽게 말하면 카타르시스고 다른 말로 하면... 아, 이런 얘기 해도 되나? 음... 쾌변? 하하하. 그런 느낌이다.
“책임감이 커지니까 겁이 나기도 한다”
김수현: 그래서 외롭기도 하다. 하지만 감정기복이 심한 건 연기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좋다. ‘감정은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기억해내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상황들을 구체적으로 기억해놓으면 나중에 연기할 때 꺼내 쓰기 쉽다고 하더라. 그래서 사진을 찍듯이 어떠한 상황을 기억해놓는다. 가끔 혼자 있다가 우울한 마음을 못 견디고 눈물이 날 때가 있는데, 시간이 좀 지나면 우는 이유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내가 어떤 동작으로 어딜 만지면서 울고 있구나, 이게 이런 그림이구나, 하고 기억을 해놓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찰력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연습도 많이 한다. 갑자기 서랍을 열고 10초 동안 본 다음에 닫고, 그 안에 뭐가 있었는지 기억해내는 게임 같은 건데, 닫자마자 ‘앗, 까먹었다!’ 할 때도 있지만 친구들이랑 같이 해 보니까 더 재밌다.
<#10LOGO#> 그래서인지 군중 속에서 혼자 우는 연기에 몰입하는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집중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나.
김수현: 2009년 정도부터 눈빛을 조금 다르게 해보고 싶어서 사람을 사물 보듯이 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러면 한 곳을 쏘는 게 아니라 약간 뒤로 넓게 보는 느낌이 나온다. 초점이 좀 퍼지는 느낌이랄까. 그런 연습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연기에 집중하려고 하면 외부와 내가 닫히는 것 같다... 아, 아니다! 말도 안 된다! 그 때 진짜 힘들었다. 와하하하하. 사람들이 사진을 막 찰칵찰칵 찍어대고!
<#10LOGO#> 마음속에서 항상 두 자아가 싸우고 있는 것 같다. (웃음) 하지만 대중들에게 보이는 결과물은 항상 잘 이겨낸 모습이다.
김수현: 다행이다. 언젠가는 붕괴된 걸 보여줄 수도 있겠다. (웃음)
<#10LOGO#> 어쨌든 지난 2년 사이 꾸준히 인지도가 상승했고 또래 연기자 가운데 가장 유망주로 손꼽히고 있다. 원했던 바기도 하겠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닥치니 힘들어진 점도 있나.
김수현: 사실 아직까지는 100% 실감을 못 하고 있다. 확실히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알아봐주시는 건 알겠고, 사무실에는 전화도 많이 오고. 하하. 아직까지 특별히 힘든 건 없다. 며칠 전에는 지하철을 탔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 난 이제 배경에 묻히는 능력이 생겼기 때문에, 그 땐 지하철 문이 되어 있었다. 하하하. 다만 내가 짊어지고 갈 책임감이 커지다보니까 신경이 쓰이거나 겁이 나는 부분은 있다.
<#10LOGO#> 가령 어떤 건가.
김수현: 원래 담배를 피는데, 밖에서는 괜히 줄이게 된다던가? (웃음)
“배우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야심이 좀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김수현: 내가 원하는 걸 우선할 것 같다. 좀 이기적인가? 그런데 만약 대중들은 나의 멋진 모습을 기대하고 내가 원하는 건 사기꾼 같은 캐릭터라고 한다면 난 사기꾼을 멋있게 보여주겠다. 사람들의 기대 때문에 내가 원하는 걸 포기하고 그냥 멋진 것만 하려고 하면 오히려 실망시킬 것 같다.
<#10LOGO#> 사기꾼 외에도 바람둥이, 도둑놈처럼 도덕적인 기준에서 벗어나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김수현: 그런 직업들은 굉장히 매력적이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매력적이어야 사기를 치고 바람도 필 수 있다. 그렇다면 작품에서도 굉장한 매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모험 같기도 한데 그걸 성공적으로 표현했을 때 오는 쾌감이 있을 것 같다.
<#10LOGO#> 예전 인터뷰에서 “나는 좀, 야심가”라고 말한 적이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야심이란 게 뭔가?
김수현: 아직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비해 내가 가지고 있는 욕심이 큰 것 같다.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평생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것도 일종의 야심이다. 무슨 배짱인지는 몰라도 매번 10년, 20년 지날 때마다 거기에 맞는 인생경험을 쌓아서 진실된 연기로 김수현이란 사람을 보여 드리겠습니다고 얘기하는데, 이것도 좀 야심 같다. 배우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야심이 좀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10LOGO#> 누구나 갖고 있지만 속물 취급받을까봐 두려워서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게 야심이다. 혹시 사람들이 이런 점을 싫어할까 봐 걱정되지는 않나.
김수현: 앗, 지금부터 걱정되기 시작했다. 하하하. 하지만 그래도 결국 작품 안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난 연기가 좋다. 사실 내가 무서워하는 부분은 연기가 아니라 인간 김수현이 직접 드러나는 거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지금 김수현이 아니고 송삼동인데 삼동이는 담배도 안 피니까. (웃음) 괜히 그 이미지를 깨뜨릴까 봐 예능 프로그램에도 못 나간다. 나이를 좀 더 먹으면 용기가 생기려나.
<#10LOGO#> 10년을 주기로 그에 맞는 인생경험을 쌓을 계획이라면 일단 앞으로 반 넘게 남은 20대를 어떻게 보내고 싶나.
김수현 : 아, 마스터플랜이 있다. 우선 20대에는 자기계발을 진짜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 모두. 지금은 내가 좀... 왜소하기도 하고, 피부도 안 좋고 말 하는 것도 너무 애 같고. 하하. 계속 꿈에 젖어있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을 이제 지워가야지.
<#10LOGO#> 그렇다면 스스로 떠올리는 서른 살 김수현의 모습은 어떤가?
김수현 :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이게 무슨 냄새야?’ 할 정도로 남자 냄새가 풀풀 풍기는 사람? 하하. 그리고 굉장히 때 타 있을 것 같다. 캬아, 그럼 그 때부턴 본격적으로 뭔가 더 보여드리겠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인터뷰. 이가온 thirteen@
10 아시아 인터뷰. 최지은 five@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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