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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세계가 채 완성되지 않은 지망생들의 무대 MBC <위대한 탄생>조차,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곡을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준다. 선곡도 실력으로 존중받고, 그 선곡으로 인해 생기는 결과에 모두가 흔쾌히 수긍한다. 그런데 평생 한 분야만을 파 온 가수들에게 리메이크 미션을 주면서,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는 원판 돌리기라는 형식을 선택했다. 원판 돌리기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복불복의 결과를 낳고,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미션곡을 부여 받은 가수들은 난관에 처했다. 기껏 당대 최고의 목청들을 불러 놓고, 그들이 제 주특기를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보여줄 기회를 앗아 가는 이유는 뭔가. 자신이 더 잘 소화할 수 있는 곡이 있었다고 고백하며 아쉬워하는 가수들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이 쇼의 어디까지를 긍정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빠진다. 각자 장르도 소구층도 다른 베테랑 가수들의 음악세계를 단순한 인기투표만으로 줄 세우고 탈락시키는 시스템까지는 긍정한다고 치자.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 다시’를 뽑은 이소라와,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을 뽑은 윤도현의 경쟁을 두고 동등한 조건이라 부르는 것까지 긍정할 수 있을까? 이번 주 방송에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 경쟁을 배제한 정엽과 김범수, 박정현의 즉석 협연이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쇼의 가장 큰 매력은 100퍼센트를 뽑아내는 가수들의 실력을 보는 것이지, 운칠기삼의 비합리적인 미션 앞에 당황하는 가수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다. 쇼를 더 자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제작진의 욕망이, 무대를 더 충실하게 만들고 싶은 가수들의 열망을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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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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