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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사람들은 이경(이요원)의 몸을 빌린 지현(남규리)에게 끌리기 시작하지만, 지현은 갈수록 사람들에 대한 원망만 늘고 있다. <49일>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진심을 알면 알수록 인간관계가 얼마나 많은 기만으로 지탱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는 역설이다. <49일>의 세계에서는 모두가 얽혀 있지만, 서로를 향해 진심을 말하지 않는 인물들의 속내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강(조현재)과 민호(배수빈)는 이경을 둘러싸고 서로의 진심을 숨기고, 눈물을 얻을 수 있을까 싶어 찾아간 동창은 ‘원래 눈물이 없는 편’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거짓을 말한다. 조금이라도 진실을 보고 있는 것은 오로지 남의 육체를 뒤집어 쓰고 이승을 헤매는 지현뿐이고, 그나마 이경의 몸을 빌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시종일관 활달한 여주인공을 앞에 세우고도 <49일>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이유는, 타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진실을 알 수 있다는 기본적인 세계관 때문이다. 소통의 불완전성을 전제하고 시작한 <49일>이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냉소적이다. 눈물을 얻으려 노력할수록, 지현이 생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는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눈물을 얻으려는 노력과 목적 사이의 괴리에 보다 집중할 때, <49일>은 더 풍성한 이야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6회의 마지막, 지현의 무대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눈치를 채기 시작한 한강의 까페에서, 자신을 배신한 민호의 집으로 이동했다. 어쩌면 초반 호흡 조절에 실패한 <49일>의 진짜 시작은 그 배신의 얼굴을 근거리에서 들여다 보는 지금부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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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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