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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상비군, 록스타 사대천왕 프로필

최종수정 2011.04.07 17:44 기사입력2011.04.0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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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비틀즈코드>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한 가지 사실. 안소연 PD에 따르면, 첫 촬영 대본에는 원래 “소름 끼친다”는 대사가 없었다. 백두산의 유현상이 무심코 던진 “나 어쩐지 좀 추워지려고 그런다”는 농담 한 마디가 ‘소름’이라는 <비틀즈코드> 특유의 유머코드가 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록 스타의 캐릭터와 프로그램의 특징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거둔 마법 같은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놀라운 순간을 꿈꾸는 캐스팅 디렉터들과 시청자들을 위해, <10 아시아>가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는 록 스타 4대 천왕의 캐릭터를 면밀히 분석했다.



유현상

“TV에 비친 어른들 모습 다 아이들의 내일을 위함이야”
백두산, ‘아이들아’ 중


커리어 데뷔는 록이지만, 솔로 데뷔는 트로트다. 86년 록으로 돌아와 백두산 1집 < Too Fast! Too Loud! Too Heavy! >를 발매하며 한국 헤비메탈의 역사를 다시 썼다. 팀 해체 이후 다시 트로트에 도전, ‘여자야’, ‘갈 테면 가라지’ 등의 명곡을 남겼다. 2008년 원년 멤버를 모아 백두산을 재결성하며 메탈의 세계로 귀환했다. 헤비메탈트로트의 원투 펀치가 가능한 전천후 뮤지션.
주요 프로그램 MBC <세바퀴>, SBS <스타 부부쇼 자기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오늘을 즐겨라’, Mnet <비틀즈코드>, Mnet <디렉터스 컷 시즌 2>

전성기 때 말 한 마디로 김태원과 신대철의 기 싸움을 잠재우던 수컷 호랑이의 기세는 환갑이 코 앞인 지금까지 쨍쨍하게 살아있다. 그러나 그를 모르는 젊은 시청자들은 이 과도하게 진지한 마초가 그저 귀엽고 흥미롭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가죽옷을 포기 못 하는 고집도, 타이밍을 무시한 자기 위주 토크도, 쉬지 않는 자기 자랑도. 그런 그가 기타를 들고 귀곡성을 내지르면 그것 나름대로 멋지고 신기할 따름. 80년대의 태도 그대로 2010년대를 살아가는 환갑의 로커는 이제 ‘귀여운 아저씨’가 되었다. 이 상황이 슬픈가? 천만에. <비틀즈 코드> 출연 이후 백두산의 공연장에 10대 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유현상은 행복하다.

추천 프로그램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 토크와 귀곡성과 기타 연주를 모두 뽐낼 수 있는 절호의 무대. ‘만지다’ 코너의 초대가수로 선정되면 한 달 동안 고정 출연이 보장된다. 좌희열 우폴을 끼고 ‘유현상과 백두대간’을 결성, 한 달 내내 방청객들의 사연을 4옥타브 귀곡성에 담아 노래하라.<#10_LINE#>
신해철

“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걸로 보이겠지. 그게 너의 편견이고 교만이고 한계야, 잘 가”
신해철, ‘아주 가끔은’ 중


커리어 왕년의 아이돌, 현직 로커. N.EX.T 시절엔 90년대 한국 록의 최전선에 섰다. 팀 해체 후 일렉트로니카와 국악을 접목시키는 실험도 해 봤고, 초저예산 록 밴드 앨범도 만들어 봤다. 뜬금없이 비싼 돈 들여 재즈 앨범도 냈다. 다시 돌아온 N.EX.T는 ‘본격 비주얼 그룹’이라며 장난처럼 립싱크와 핸드싱크를 일삼았다. 이젠 지치지 않고 오페라까지 넘보고 있는 장르의 포식자.
주요 프로그램 MBC <100분 토론>, MBC <안녕, 프란체스카>, 코미디TV <신해철의 데미지>, MBC에브리원 <부엉이2>, tvN <오페라스타>

90년대에는 음악으로 주목 받았고, 2000년대에는 거침없는 소신발언으로 주목 받았다. 음악 방송은 음질이 형편 없어서 출연할 생각이 없고, 심야 라디오 진행 시 마음이 안 내키면 강병철과 삼태기의 22분짜리 ‘삼태기 메들리’를 틀어놓고 귀가했다. 그가 출연하는 쇼의 제작진들은 또 무슨 돌발 언행이 등장할까 바짝 긴장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좀처럼 숨기는 게 없다. 교복 페티시도, 걸그룹에게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오타쿠 기질도, 아내 앞에서는 아기곰 푸우로 돌변하는 애교도. 독설에서부터 재롱까지, 내키는 모든 것을 하고 원하는 모든 말을 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남자.

추천 프로그램 tvN <화성인 바이러스> - 개인의 자유가 집단에 의해 제약 받는 현실에 목소리를 높여 왔던 신해철에게, 독특한 취향의 인물들이 출연하는 <화성인 바이러스>만큼 적합한 프로그램도 없다. 그 스스로도 트렁크에 교복을 넣고 다니는 ‘화성인’ 신해철만큼 출연자들을 잘 이해할 사람이 몇이나 있는가?<#10_LINE#>
김태원

“우리가 살아온 날보다 내일이 더 길 테니”
부활, ‘새벽’ 중


커리어 시작도 부활, 끝도 부활. 기타에 미쳐서 기타를 잘 칠 수 있는 야간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천상 리더 체질에 독불장군이어서 그 때문에 밴드를 나간 보컬만 김종서, 이승철, 박완규, 이성욱 등 부지기수. 부침 많은 생을 살며 차례로 마약과 독설과 술을 끊고 새 사람으로 거듭났다. ‘국민할매’로 예능으로의 먼 길을 떠났다가 이젠 돌아와 ‘위대한 멘토’가 된 록의 전설.
주요 프로그램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MBC <놀러와>,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MBC <위대한 탄생>

김태원에겐 경계가 없다. 한국 3대 기타리스트로 불렸던 김태원은 그 아우라를 벗고 요정 복장으로 놀이공원 퍼레이드에 섰다. 두 자릿수의 아이큐와, 추어탕에 떡밥을 푸는 극악의 요리실력도 공개했다. 음악만 하며 산 세월은 세상 물정에 어두운 어수룩한 ‘국민할매’를 낳았지만, 그래서 선입견도 경계도 없는 그는 주어진 모든 미션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인생의 바닥을 치고 올라온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관록은 이제 수많은 ‘과거 어려웠던 시절의 나’를 구제하는 멘토의 자질이 되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린다. 그러나 감동하고 있노라면 문득 기습하는 ‘억 마디 중 진실은 세 마디’뿐인 ‘김억삼’ 기질로 웃음의 긴장마저 놓치지 않는 예능 완전체.

추천 프로그램 Mnet < UV 신드롬 비긴즈 > - 고등학교 시절 광화문 사거리를 점거하고 패싸움을 벌였다는 호언장담에서 알 수 있듯, 김태원의 ‘뻥’은 범인(凡人)의 스케일을 초월한다. 만일 그가 < UV 신드롬 비긴즈 >에 출연해 ‘기타 치는 김태원’이란 가사 뒤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면, UV와 부활의 음악세계가 접점을 찾는 한국 음악사의 빛나는 순간을 볼 수 있을 것이다.<#10_LINE#>
박완규

“나는 거짓말을 못해요”
박완규, ‘산(山)’ 중


커리어 송탄 미군부대에서 노래하다가 부활의 보컬로 발탁됐다. 부활의 5집 제목 <불의 발견>의 ‘불’이 박완규를 상징할 정도로 파워풀한 보컬. ‘Lonely Night’으로 주목을 받고, 솔로 데뷔곡 ‘천년의 사랑’으로 노래방을 찾는 남고생들의 사랑을 온 몸에 받았다. <카우보이 비밥>, <바다의 왕자 장보고>, <쾌도 홍길동> 등 각종 OST에 목소리를 빌려주다가, 어느 순간 노래보다 독설로 더 많은 주목을 받기 시작한 남자.
주요 프로그램 MBC <위대한 탄생>,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예능 적응 같은 거 안 한다. <위대한 탄생>에서는 카메라가 돌고 있다는 걸 잊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평을 날렸고, ‘라디오스타’에서는 “예능이 아니라 고품격 음악 방송이라면서요”라고 진지하게 반문했다. 여전히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예능에 출연한 윤종신에 대해 실망하고 있는, 오로지 음악만 생각하는 천상 가수. 그러나 굳이 예능에 적응할 필요를 못 느끼는 박완규 특유의 태도는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멘트들을 낳았다. 돌발적으로 벌어진 아이유 팬 인증도, 자신의 팬들이 풍선을 들고 있는 걸 눈 뜨고 못 보겠더라는 고백도. 독설에 지칠 때쯤 선글라스를 벗어 순박한 눈빛으로 마음을 달래주는 완급조절까지, 예능 하기 싫어하는 예능 루키가 등장했다.

추천 프로그램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 - 예능은 싫고 음악을 진지하게 하고 싶어하는 박완규에게, 가수들의 진지한 무대를 강조하는 ‘나는 가수다’만큼 최적화된 예능이 또 있으랴. 부활 시절의 폭발적인 고음은 이제 없지만, 대신 부피감이 대폭 증가한 그의 목소리는 청중평가단의 마음을 능히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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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승한 fourteen@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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