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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보며 조마조마한 마음이 드는 건 그것이 곧 빵! 하며 터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제 <로열 패밀리>를 기다리면서 그런 풍선을 보는 것 같은 마음이었다. 보는 우리는 다 알고 있지만 지훈(지성)만 모르는 김인숙(염정아)의 숨겨진 얼굴을 그도 알아차리게 됐기 때문이다. 지훈의 자각은 <로열 패밀리>의 후반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탄일 것이었다. 그러나, 12회를 보고 나니 손에 남은 건 터진 풍선의 찢어진 조각이 아니라, 누군가 낸 바늘 구멍에 피시식 바람이 빠진 풍선이다.
“친절하기도 하셔라” 김인숙에게 임윤서(전미선)가 비아냥대며 던진 이 말은 어제 <로열 패밀리>가 아쉬웠던 이유이기도 하다. 어제 <로열 패밀리>는 지나치게 친절했다. 드디어 지훈이 김인숙과 김마리 그리고 조니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김인숙을 향한 절대적인 믿음으로 살아 온 그의 세계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로열패밀리> 서사의 중요한 분기점인 이 순간의 폭발력이 아쉽게도 너무 약했다. 흔들리고 무너지는 지훈의 모습이 생각보다 큰 울림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훈보다 먼저 인숙의 가면을 본 우리는 그가 받을 충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연극적인 독백을 통해 지훈이 느끼는 혼란의 감정이 장황하게 설명되었다. 인물의 심리를 말로 설명하는 친절함이 걱정되는 건 이것이 <로열 패밀리>의 가장 큰 매력인 속도감의 발목을 잡아서다. 11회부터 엿보이는 이 숨 고르기가 연장을 염두에 둔 느슨한 전개가 아니라 후반부 레이스를 위한 페이스 조절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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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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