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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스타 2011>에게 배우는 오디션의 정석

최종수정 2011.04.15 14:00 기사입력2011.04.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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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등장한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 중 tvN <오페라스타 2011>은 마치 <수학의 정석> 같은 텍스트다. 가장 잘 만들었거나 가장 재미있다는 뜻은 아니다. Mnet <슈퍼스타 K 2>처럼 보는 이를 피 말리게 하는 편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처럼 엄청난 이슈를 만든 것도 아니다. 1.9퍼센트의 시청률은 케이블 채널로서 준수한 수준이지만 <슈퍼스타 K 2>나 현재 방영 중인 MBC <위대한 탄생>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오페라스타 2011>가 흥미로운 건, 특별히 트집 잡을 게 없을 만큼 오디션 프로그램의 기본 공식을 충실하게 적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완성형은 아니라 해도, 아직 시행착오가 많은 이 포맷의 문제점을 상당히 깔끔한 수준에서 해결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오페라스타 2011>이 가장 재밌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것도, ‘종결자’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수학의 정석>을 풀 수 있어야 페르마의 정리에도 도전하는 법이다. 방영 중인 것만큼 방영할 프로그램도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범람 속에서 <오페라스타 2011>을 검산해봐야 할 이유다.


리얼 버라이어티만큼 중요한 캐릭터 잡기
“아, 내가 재간둥이구나.” 신해철은 노래 잘 부르는 가수들이 잔뜩 모인 <오페라스타 2011>에 자신이 섭외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설마 그 때문에 섭외한 건 아니겠지만 그의 말처럼 오디션 혹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도전자에게 명확한 캐릭터를 원하는 건 사실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도전자들이 만들어가는 서사의 장르다. 때문에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본격화된 캐릭터라이징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슈퍼스타 K 2> 우승자 허각은 실력으로 역경을 극복한 입지전적 캐릭터의 대명사로 통했고, 덕분에 미국에서 온 ‘엄친아’ 존 박과의 대결은 더욱 드라마틱하게 그려질 수 있었다. <오페라스타 2011>은 처음부터 개성이 확실한 가수들을 섭외하며 캐릭터라이징의 어려움을 비껴나간다. “가창력보다는 각 장르의 가수들이 오페라를 어떻게 발현할지에 포인트를 둔” 제작진의 섭외를 통해 JK김동욱과 임정희처럼 명성 높은 은둔 고수, 신해철과 김창렬 같은 사파지만 무시할 수 없는 내공을 가진 악동들, 그리고 누가 봐도 언더독인 김은정, 선데이 등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그들 사이의 갈등이 벌어지는 건 아니지만 가요계의 악동 김창렬이 혼신의 힘을 다해 ‘오 나의 태양’을 부른 뒤 긴장한 표정으로 다음 도전에도 나오고 싶다고 말할 때의 의외성과 진정성, 선데이의 발전한 모습, 신해철의 시크한 탈락 소감이 주는 쾌감은 이들의 캐릭터가 뚜렷하기에 가능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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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권> 캐릭터 고르기보다 중요한, 내 목에 맞는 곡 고르기
‘나는 가수다’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비난을 받은 순간은 단연 김영희 PD가 김건모에게 재도전 여부를 결정하게 한 장면이다. 하지만 노래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철학의 빈곤을 가장 잘 드러냈던 건, 첫 번째 미션의 복불복 시스템이다. 프레디 머큐리 같은 괴물이 아닌 이상 어떤 뛰어난 가수도 모든 장르를 잘 소화할 수 없다. 도전자의 현재 능력과 발전 가능성을 가늠하는데 있어 선곡이 중요한 건 그래서다. <오페라스타 2011>의 선곡은 상당히 정석적이다. 성악 발성이 약하지만 무대 장악력이 뛰어난 신해철에겐 스페인의 정열을 담은 ‘그라나다’를 주며 장점을 극대화 했고, “전통가요를 했던 문희옥에겐 여신의 모습을 담은 ‘정결한 여신’을, 소녀 같은 모습의 임정희에겐 관능적인 카르멘의 ‘하바네라’를 주어 새로운 열정을 보여주게”(서정학 교수) 했다. 애절한 발라드 위주로 활동하던 테이에게 첫 미션에선 바람둥이 캐릭터를 담은 ‘여자의 마음’에 도전하게 하고, 두 번째엔 ‘물망초’로 다시금 순애보의 감성을 드러내게 하는 균형 감각 역시 가수의 캐릭터를 고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본능적으로’를 불렀던 <슈퍼스타 K 2> 강승윤의 경우처럼, 단순히 도전자가 잘 부를 수 있는 곡이 아닌 가능성을 끌어내며 성장 서사를 만들 수 있는 곡이 좋은 선곡이라 할 때,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과 성악 발성 사이의 밸런스를 잡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서 서서히 성악의 비율을 높이겠다”는 멘토 서정학 교수의 방침은 경청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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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선도, 오디션도, 투표는 공정하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있어 투표의 공정성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단언컨데 <오페라스타 2011>은 시청자 문자 투표에 있어 가장 합리적인 시스템을 갖췄다. 한 가수가 노래를 부를 때부터 심사가 끝날 때까지만 해당 가수에 대한 투표가 가능하고, 모든 무대가 끝난 뒤 다시 공통으로 최종 투표를 받는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시청자는 가수의 노래와 퍼포먼스를 보고 듣기 전에는 투표할 수 없고, 늦게 나온 가수가 불리하지도 않다. <슈퍼스타 K>가 첫 생방송을 할 때부터 당일에 탈락자를 결정하는 방식에 대한 의구심은 제기됐다. 모든 무대를 보여 준 뒤 다음 방송에서 탈락자를 정하는 <아메리칸 아이돌>에 비해 숙고의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합리적이지 못한 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부터 모든 후보에 대한 투표를 받는 것이다. 무대에 대한 평가라면 늦게 시작하는 도전자일수록 불리하고, 무대와 별개로 마음에 드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라면 인기투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위대한 탄생> 첫 생방송에서 아직 노래도 부르지 않은 백새은과 손진영이 탈락 위기라며 “순위는 언제든 바뀔 수 있으니 응원하는 이를 투표하라”던 MC 박혜진 아나운서의 멘트는 이 비합리적 시스템을 본질적으로 드러낸다. “팬덤이 있는 사람이 이기는 걸 막기 위해”(tvN 이덕재 채널국장) 만든 <오페라스타 2011> 시스템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현재까지는 가장 공정한 방식이다. 어쩌면 각 지지 세력이 경쟁할 기회를 차단하며 흥행의 불씨를 붙이지 못하는 게 이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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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는 금물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현역 가수를 대상으로 하는 서바이벌이라는 점에서 <오페라스타 2011>은 ‘나는 가수다’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두 프로그램 중 무엇이 더 흥미로운 기획이고, 무엇이 더 잘 만든 프로그램이라 정의하긴 어렵다. 다만 ‘왜 서바이벌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좀 더 당당한 건 <오페라스타 2011>이다. “핵심은 도전”이라는 tvN 이덕재 채널국장의 말처럼 대중가수가 오페라를 부르는 건 어려운 도전이고, 목표에 조금씩 도달하는 과정에서 누군 오르고 누군 떨어지는 서바이벌 포맷은 자연스러운 개연성을 얻는다. 때문에 가수들은 마치 <슈퍼스타 K>나 <위대한 탄생>의 도전자들처럼 다음 주에도 도전하고 싶으니 자신을 찍어달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가수의 무대를 프라임타임에 제공하기 위해 서바이벌을 시도한다던 ‘나는 가수다’의 경우 명분과 포맷 사이의 간극을 메울 타당한 논리를 밝히지 못해 결국 김건모의 재도전 사태를 만들었다. 그 자체 서바이벌일 수밖에 없는 신입사원 선발과정을 쇼로 만든 MBC <우리들의 일밤> ‘신입사원’처럼 어떤 프로그램이든 스스로 납득할 최소한의 개연성을 확보해야 시청자도 납득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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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위근우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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