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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패>, 비로소 다시 흥미로워진 서사

최종수정 2011.04.19 09:00 기사입력2011.04.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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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패> 21회 월-화 MBC 밤 9시 55분
정사(正史)의 한계를 긍정한다면 포도청 포교와 의적의 두령이 한 패가 되어 벌인 민란이 성공했다는 서사는 존재할 수 없다. 그 점을 감안하면 32부작인 <짝패>에서 각성 이후의 이야기보다 각성에 이르는 과정이 더 길게 그려진 것도 이상할 일은 아니다. 각성 후 승리하는 의적을 그리면 기만적인 서사가 될 것이고, 패배의 과정을 길게 보여주자니 그 또한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여 <짝패>를 보는 시청자들의 기대는 주인공들이 각성에 이르는 과정이 얼마나 충실하게 그려지느냐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성인이 된 귀동(이상윤)과 천둥(천정명)의 고뇌는 출생의 비밀에 얽힌 고통일 뿐, 뒤바뀐 운명을 되짚어보며 계급 사회의 모순을 자각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점은 <짝패>의 중반부의 호흡을 얽히게 만든 주원인이었다.

그 점에서 21회의 각성이 뜬금없는 대오각성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정리 때문에 이루어 졌다는 점은 차라리 다행이다. 귀동은 강포수(권오중)의 대의에 공감해서가 아니라, 그를 가혹하게 고문하는 포도청 사람들에게 환멸을 느껴 그를 탈옥시키려 한다. 강포수가 말한 대의에 선뜻 동의할 수 없던 천둥 또한 귀동의 제안을 들은 후에야 행동에 나선다. 두 사람이 공통의 스승 성초시(강신일)를 잃었던 과거는, 두 사람의 유년의 선생이었던 강포수가 잡힌 지금 다시 반복된다. 대의가 아닌 이 얄궂은 상황이 두 사람의 개인적인 악몽을 건드렸기 때문에 두 주인공은 혁명의 편에 선다. 혹여 뻔한 출생의 비밀과 민란의 대의에 함몰되어 두 사람의 서사가 휘발될까 우려를 샀던 <짝패>는 본격적인 민중 혁명을 앞두고 비로소 다시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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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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