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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사랑>의 유인나, 차승원, 공효진, 윤계상. (왼쪽부터) |
“요즘 연예계가 너무 시끄러운데, 많은 분들에게 건강하고 밝은 모습의 연예계를 보여드리고 싶다” 지난 28일 열린 MBC <최고의 사랑> 제작발표회에서 차승원은 드라마에 임하는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그의 말처럼 인터넷 연예 기사를 보는 게 겁나는 요즘이다. 그리고 <최고의 사랑>은 이 연예계라는,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환상과 억측을 주는 멀고먼 공간에서 벌어지는 ‘건강하고 밝은’ 사랑 이야기를 담아내는 드라마다. 하지만 가십에 멍든 연예계를 재조명하기 위해 긍정적인 가짜 이미지로 치장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실재는 가려지고 이미지만 남는 연예계의 모습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최고의 사랑’을 만들어갈 두 축인 구애정(공효진)과 독고진(차승원)의 캐릭터는 그래서 흥미롭다. 10년 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아이돌 국보소녀의 멤버였던 구애정은 툭하면 구설수에 올라 온 국민의 미움을 받는 ‘비호감’ 연예인이지만 알고 보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열심히 방송을 하는 성실한 사람이다. 그에 반해 잘생긴 외모와 젠틀한 매너로 ‘국민 호감’이 된 톱스타 독고진은 실제로는 야비하고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다. 이 때 대중적 이미지 너머로 실재, 혹은 실제처럼 무언가가 드러날 때 연예계는 종종 시끄러운 가십의 공간이 된다. 하지만 <최고의 사랑>은 그 세계의 균열 안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인간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캐릭터 코미디부터 슬랩스틱 액션까지
구애정을 주유소 직원으로 착각하고 손바닥에 사인을 해주는 독고진,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독고진의 비밀을 예능 프로그램 <세바퀴>에서 폭로하는 구애정은 그야말로 악연이다. 그리고 그런 악연 속에서 비로소 가식에서 벗어나 진짜 자신과 진짜 감정을 드러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MBC <환상의 커플>에서부터 최근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까지 이어져온 홍정은, 홍미란 작가의 특기다. 자신을 감춰야 살아남는 톱스타와 진짜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한 물 간 스타가 끊임없이 부딪히며 서로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는, 그래서 결국 사랑에 대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많은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건, 홍자매의 또 다른 특기인 “캐릭터 코미디와 그 캐릭터들이 절묘하게 녹아날 수 있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박홍균 PD)일 것이다. “피해서 간다, 달린다, 정도로 간단하게 쓰인”(공효진) 각본만으로 구애정에게 다양한 슬랩스틱 액션을 뽑아낸 영상은 제법 미덥다. 대외적인 이미지와 진짜 자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연예계처럼, 작품 역시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유쾌한 장면과 인간에 대한 통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 과연 그 균형은 얼마나 잘 유지될 수 있을까. 작품의 성패를 가를 팽팽함의 정도는, 오는 5월 4일 밤 9시 55분 첫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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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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