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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일요일이 좋다> ‘영웅호걸’이 지난 1일 종영했다. ‘영웅호걸’은 서인영, 가희, 니콜, 나르샤 등 인기 걸그룹 멤버와 방송 중 ‘좋은 날’로 ‘대세’가 된 아이유 등이 출연해 방송 초반 화제를 모았다. 또한 매주 출연자들의 인지도에 따라 1등부터 12등까지의 등수가 매주 공개되는 리얼리티 쇼의 형식을 도입, 누가 1등과 꼴찌가 될 것인가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영웅호걸’은 초반의 화제성을 잇지 못한채 시청자의 관심 밖이 됐고, 결국 종영의 비운을 맞이했다. 왜 ‘영웅호걸’은 아이유, 니콜, 가희를 모두 출연시키고도 대중의 사랑을 얻는데 실패했을까. 한 때 ‘대세’일 수도 있었던 프로그램이 ‘하락세’를 타게 된 세 개의 결정적 순간을 골라봤다.
2010년 10월 24일 방송 - ‘빙의 패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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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2일 방송 - ‘특별수업’
그러나, ‘영웅호걸’의 가능성은 인기검증이라는 형식 앞에 막혔다. 프로그램 초반은 매주 어르신, 신입사원, 기자 등 다양한 직군이 출연자들에 대한 인기 투표를 실시, 순위 변동 가능성이 높았다. 그만큼 멤버들 한 명 한 명이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고, ‘잘나가는 팀’과 ‘못나가는 팀’의 대결도 흥미진진했다. 그러나 투표 형식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바뀌고, 투표기간이 몇 개월 단위로 늘어나면서 출연자들의 인기는 좀처럼 뒤바뀌지 않았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출연자들의 실제 인기는 그렇게 쉽게 바뀔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션에서 열심히 하면 순위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은 사라졌고, 출연자들의 적극성을 끌어낼 동력을 잃은 ‘영웅호걸’은 점점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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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6일 방송 - 부산 투표현장
‘잘나가는 팀’과 ‘못나가는 팀’이 고정되고 나서 나서 아이유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감사합니다”였다. 투표가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면서 방송 초반 동갑내기 지연과 투닥거리던 아이유는 사라졌다.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를 받는 아이유는 ‘영웅호걸‘투표에서도 계속 1위를 차지하는 ‘대세’일 수 밖에 없었다. 아이유의 잘못은 아니다. 아이유는 ‘굴러요 퀴즈’에서 제대로 구르기를 못하는 등 허술한 모습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활약을 했다. 하지만 투표가 출연자들의 실제 인기투표나 다름 없게 되고, 프로그램이 결국 직업체험을 반복하는 상황이 되면서 원래 있던 캐릭터마저 희석되기 시작했다.
초반의 ‘영웅호걸’은 12명 모두 개성이 다르고, 그래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를 캐릭터들이 모인 흥미로운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개성을 잃었고, 매주 미션을 따라가기만 하는 신세가 됐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었던 이들이 더 이상 갈등을 만들어내기 힘들었다라고도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전에 인기 투표라는 형식에 매몰되며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없었던 상황 이 더 큰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이런 12명의 개성 강한 여자 연예인들을 과연 다시 모을 수 있을까. 그래서 더욱 아쉽다.
10 아시아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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