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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대로 가요제’, 너희를 만나 다행이다

최종수정 2011.05.04 10:08 기사입력2011.05.0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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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MBC <무한도전> ‘디너쇼’ 편은 그야말로 ‘빵’ 터졌다. 싸이의 ‘겨땀’이나 패션 테러리스트 정형돈이 패셔니스타 G-드래곤의 패션을 지적하는 발언 때문만은 아니다. 작곡가 윤일상과 안정훈의 역할이 심사위원에 가까웠던 ‘강변북로 가요제’와 무대에 함께 설 파트너와의 연습장면에 초점을 맞췄던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와는 달리, 이번 ‘탄탄대로 가요제’는 무한도전 멤버들과 그들에게 곡을 만들어 줄 뮤지션들의 만남만으로 2주 방송분량이 나왔다. 제작진의 개입 없이 자체적으로 파트너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뮤지션의 음악적 역량과 의외의 예능감이 모두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방송에서 보여진 것보다 훨씬 대단한 존재들이다. ‘탄탄대로 가요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10 아시아>에서 정재형, 이적, 바다, 싸이, 스윗 소로우, G-드래곤, 10cm의 위엄 있는 발자취를 정리했다.


정재형,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유쾌한 피아니스트
데뷔: 1995년 베이시스 1집 < Looking For Myself >
대표곡:‘내 눈물 모아’, ‘내가 날 버린 이유’, ‘오솔길’

이번 ‘탄탄대로 가요제’의 기대주다. 지난 해 첫 예능 프로그램 MBC <놀러와>에 출연해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여기는 ‘정봉원’으로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럽지만 볼수록 묘하게 빠져드는, 마치 초기 김태원의 예능도전기와 흡사한 모습이다. 최근에는 아이유의 ‘좋은 날’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5:5 단발머리의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하지만 이 남자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순간, 반전 드라마가 시작된다. 섬세한 손길과 가끔 허공을 쳐다보는 눈빛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던 정재형은 어린 시절 별명이 베토벤이었을 정도로 습득력이 빨랐고, 1995년 그룹 베이시스의 보컬로 데뷔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내가 날 버린 이유’를 비롯해 故 서지원의 2집 앨범에 실렸던 ‘내 눈물 모아’ 등을 작곡했다. 9년간의 파리 유학생활을 마친 후, 솔로 활동 뿐 아니라 영화 <중독>, <오로라 공주>,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등의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는가 하면 지난 해 피아노 연주 앨범 < Le Petit Piano >를 발매했고 현재 MBC <휴먼다큐 사랑>의 음악을 작업 중에 있다.

<무한도전>과의 인연: 지금까지는 없으나, 조만간 파트너 정형돈과 ‘빨리 친해지길 바라’ 촬영 예상.
특이사항: 완벽주의자, 가브리엘 정, 파리 13지구 차이나타운의 로맨티스트, 슬픈 발라드계의 이봉원 등 다수의 별명을 보유하고 있지만, 웬만하면 부르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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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피리 부는 사나이
데뷔: 1995년 패닉 1집 < Panic >
대표곡: ‘하늘을 달리다’, ‘다행이다’, ‘달팽이’

한동준의 ‘너를 사랑해’와 유리상자의 ‘신부에게’의 뒤를 잇는 결혼식 단골 축가는 단연 이적의 ‘다행이다’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이적이 아내에게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만들었다가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하지만 이적의 진정한 대표곡은 오히려 1995년 김진표와 함께 결성한 그룹 패닉, 전람회의 멤버였던 김동률과 만든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의 앨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달팽이’, ‘왼손잡이’, ‘그 땐 그랬지’, ‘거위의 꿈’ 등은 지금도 수없이 회자되고 있는 명곡들이 아니던가. 사랑 이야기를 곡으로 만드는 이적의 감성은 라디오 진행과 단편소설 출간에서도 빛을 발한다. 1996년 MBC <별이 빛나는 밤에>를 시작으로 <이적의 FM+>, KBS <이적의 Dream On>, SBS <이적의 텐텐클럽>을 진행한 경험이 있고, 개인 홈페이지에 기록했던 ‘희한한 이야기’를 책 <지문사냥꾼>으로 묶어 출간했다. 하지만 인간 이적은 음악을 할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아이유의 기타가 되고 싶다”며 삼촌팬의 사심을 드러내는 건 물론이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전혀 긴장한 기색 없이 편안하게 토크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있다. 단,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지 않으면 토라져버리는 단점이 있다.

<무한도전>과의 인연: ‘동계올림픽 특집’ 편에서 이적의 ‘같이 걸을까’ 사용, 그 후 <무한도전> 제작진이 이적 공연장에 ‘무도랑 같이 걸을까?’라는 문구가 적힌 화환을 보냄.
특이사항: 초면에 진실게임 하는 것을 좋아한다. 주된 목적은 음담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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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노홍철도 두 손 두 발 다 든 4차원 가수
데뷔: 1997년 S.E.S 1집 < I’m Your Girl >
대표곡: ‘너를 사랑해’, ‘V.I.P’, ‘MAD’

한 때 가요계의 요정이었다. 지금은 파워풀한 솔로 가수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미녀는 괴로워>, <금발이 너무해>, <브로드웨이 42번가> 등에 출연했고 2009년 뮤지컬 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뮤지컬 배우다. ‘돌+아이’ 노홍철도 두 손 두 발 다 든 4차원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뛰어난 가창력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S.E.S 시절 유진과 슈가 청순한 요정이었다면, 바다는 노래 잘 하는 요정에 가까웠다. 2002년 S.E.S가 5집 앨범을 발표하고 유진과 슈가 각각 KBS <러빙 유>와 SBS <스무살>을 시작으로 드라마에 눈을 돌릴 때도, 바다는 음악에만 집중했고 가장 닮고 싶은 여자가수 목소리 1위로 선정됐다. 하지만 노홍철과의 친분으로 <무한도전>에 출연하면서 엉뚱한 매력을 발산했다. ‘벼농사 특집’ 편에서 마이크를 직접 챙겨와 즉석에서 논바닥 콘서트를 거행했고, 그 때부터 박명수는 바다를 피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바다의 지도를 받을 멤버는 한 가지를 얻고 한 가지를 잃을 것이다. 전자는 에너지, 후자는 정신줄이다.

<무한도전>과의 인연: <무한도전> 전속 가수(‘벼농사 특집’, ‘복싱’ 편 특별공연)
특이사항: ‘MAD’를 부를 때 ‘떼창’을 해주면 매우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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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말이 필요 없는 퍼포먼스 1인자
데뷔: 2001년 1집 < Psy From The Psycho World >
대표곡: ‘새’, ‘챔피언’, ‘연예인’

“자, 뛰어!!!” 싸이 공연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어김없이 튀어나오는 말이다. 싸이가 먼저 무대에서 미친 듯이 뛰면 이에 질세라 관객들도 혼신의 힘을 다해 점프한다. 단독 콘서트 뿐 아니라 3~4곡 부르는 게 보통인 대학교 축제에서도 스케줄이 허락하는 한 앵콜을 거듭하며 캠퍼스를 뜨겁게 달군다. 심지어 대학생들이 무대로 올려 보낸 소주 1병을 그 자리에서 원샷하고 라이브를 이어간 적도 있다. ‘새’로 데뷔할 당시 딱 달라붙는 의상, 그것보다 더 파격적인 외모 그리고 ‘나 완전히 새 됐어’라는 노래 가사는 ‘쇼킹’ 그 자체였다. 허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퍼포먼스계의 선구자였다. 또한 이승기의 ‘내 여자라니까’, 서인영의 ‘신데렐라’,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 토니 안의 ‘Top Star’ 등을 만든 작곡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예능감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이성보다 감성이 인간을 지배하는 밤 11시 30분”이라는 명언을 탄생시킨 연애 고수, 두 번의 군 생활을 토크 소재로 사용하는 예능 프로그램 섭외 1순위 아니던가. 이번 ‘탄탄대로 가요제’에서도 한 번 신나게 미쳐봅시다.

<무한도전>과의 인연: ‘프로 레슬링 특집’ 편 축하공연
특이사항: 양 쪽 겨드랑이에서 개그맨들의 꿈과 희망, 온천수가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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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 소로우, 입담 좋은 달콤한 오빠들
데뷔: 2005년 1집 < Sweet Sorrow >
대표곡: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간지럽게’, ‘사랑해’

인호진(리더, 일명 인캡틴), 송우진, 김영우, 성진환으로 구성된 4인조 그룹 스윗 소로우는 제16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대상을 수상한 후 2005년 ‘Sweet Sorrow’라는 곡으로 데뷔했으나,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1년 후 SBS <연애시대>의 OST인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덕분이었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달콤한 목소리로 어우러진 아카펠라지만, 그들의 진짜 매력은 깨알 같은 입담과 개그본능에서 나온다. 김영우는 라디오 <스윗 소로우의 텐텐클럽>에서 은지원의 ‘160’을 부르던 중 “머리 겁나 큰 송우진은 160”이라 공격했고, 성진환은 “쇄골이란, 나에게 섹시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다는 걸 알게 한 무언가”라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다. 심지어 단독콘서트 직전 ‘가장 먼저 아이유의 부재중 전화를 받은 사람이 누구냐’를 두고 초 단위로 계산하는 ‘초딩식 경쟁’을 벌이는 네 남자, 참고로 막내 성진환이 올해로 서른 한 살이다. 다들 작사, 작곡, 편곡 실력 뿐 아니라 만만치 않은 예능감을 갖추고 있다. 어쩌면 다섯 남자의 아카펠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고품격 하모니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무한도전>과의 인연: 정형돈과 하하의 ‘빨리 친해지길 바라’ 미션의 메인 테마곡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나 너를’ 사용, ‘바캉스 특집’, ‘프로레슬링 특집’, ‘크리스마스 솔로파티’ 편 특별 공연.
특이사항: 네 명 모두 혈액형이 A형이라 서로 자작곡 평가를 해줄 때도 싫은 소리를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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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드래곤, 범상치 않은 스물넷 청년
데뷔: 2006년 빅뱅 1집 < Bigbang >
대표곡: ‘거짓말’, ‘Heartbreaker’, ‘뻑이 가요’

이제 겨우 스물넷이다. 하지만 7살 때 룰라 흉내를 내다가 13살의 나이에 <2001 대한민국 HipHopFlex> 앨범에 최연소 멤버로 참여하면서 YG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 된 G-드래곤은 범상치 않은 스물넷 청년이다. 16살부터 작곡 공부를 시작한 덕분에 빅뱅의 ‘거짓말’을 비롯해 솔로 1집 앨범에 수록된 ‘Heartbreaker’, 유닛 GD&TOP의 ‘뻑이 가요’를 작곡했다. 최근 빅뱅의 미니앨범의 프로듀서까지 맡았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아담한 체구로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뮤지션이다. 세계적인 DJ 겸 음악 프로듀서 디플로가 “미국 래퍼들보다 뛰어나다”고 극찬했고, Mnet <슈퍼스타K 3>의 스타일디렉터로 나설 만큼 패션 감각도 남다르다. 최근 정형돈으로부터 패션 센스를 지적받았지만 크게 상관할 일은 아니다. 이 묘한 청년과 파트너가 되는 순간, 노래부터 무대, 스타일링까지 완벽해질 것이다.

<무한도전>과의 인연: 박명수가 ‘2008 무한도전 You & Me 콘서트’ 편에서 ‘민두래곤’으로 변신.
특이사항: 무대의상으로 치마를 즐겨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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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cm, 도도한 경북 구미 출신 듀오
데뷔: 2010년 <10cm The First EP>
대표곡: ‘아메리카노’,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그게 아니고’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드 ‘올해의 발견’,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팝 노래 최우수상 수상,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이 선정한 ‘올해의 신인’, 1집 앨범 하루 만에 만 장 매진, 단독공연 티켓오픈 후 5분 만에 전석 매진. 데뷔 1년차 인디뮤지션 10cm의 무시무시한 기록들이다. 소속사와 매니저도 없이 오로지 젬베와 기타, 어딘가 모르게 섹시한 하이톤 보컬만으로 이뤄낸 성과다. 경북 구미의 한 고등학교 선후배 관계로 출발해 동반입대를 거쳐 듀오를 결성한 권정열(보컬, 젬베)과 윤철종(기타)은 말이든 노래든, 절대 포장하는 법이 없다. 스스로를 ‘뉴욕 맨하튼 스타일 밴드’라 칭하면서도 “사실 이건 다 허세”라 털어놓고, 1집 앨범에서 총 4곡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된 것을 두고 “간지”라고 표현한다. 지나치게 솔직하고 도도한 신인이 <무한도전>과 만났을 때 어떤 모양의 에너지를 뿜어낼 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무한도전>과의 인연: 없음
특이사항: 조금 많이 까칠하다는 소문이 있으나, 다른 인디 뮤지션들의 사회생활 스킬이 상대적으로 향상된 것이라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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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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