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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리플리>의 김승우, 이다해, 강혜정, 박유천. (왼쪽부터) |
영화 <리플리>의 톰 리플리(맷 데이먼)는 “초라한 현실보다는 멋진 거짓이 낫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원작인 소설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MBC 월화 드라마 <미스 리플리>의 장미리(이다해)는 “그것이 거짓일지라도 세상을 가지고 싶었다”고 외친다. 고졸이라는 이유로 매번 면접에서 낙방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벌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때워라”며 성희롱을 당하는 장미리를, 세상은 늘 외면했다. 그래서 동경대를 졸업했다고 거짓말을 해버렸다. a호텔 최초 동경대 출신 호텔리어라는 직함을 얻었고, 호텔 총지배인 장명훈(김승우)과 몬도 리조트 후계자 송유현(박유천)이라는 두 남자를 차지했다. 분명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건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다.
<미스 리플리>가 기대되는 이유는 단지 평일 밤 10시대에 방영되는 유일한 정통 멜로물이라서가 아니라 “일반적이지 않은 멜로드라마”이기 때문이다. 17일 반얀트리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승우는 “3~4부까지만 봐도 평범한 사랑, 일반적인 삼각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관계를 지배하고 규정짓는 것은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남자를 성공의 발판쯤으로 여기는 장미리의 거대한 욕망이다. 그리고 “40대에 불현 듯 첫사랑이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장명훈과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송유현은 그 욕망에 쉽게 압도당하고 만다.
복합적 내면 에너지의 만남
결국 이 작품은 장미리의 드라마다. 이다해가 “터닝 포인트라 생각하고 목숨 걸고 하고 있다”고 말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만 놓고 보면 이다해는 캐릭터의 중심을 잘 잡고 있다. 자칫 악하고 독한 여자로만 보일 수 있는 장미리가 보잘 것 없는 학력과 배경 때문에 수모를 당할 때 눈에 선 핏대, 좋은 양부모를 만나 행복을 찾은 고아원 친구 나희주(강혜정)를 향한 본능적인 질투는 장미리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짐작하게 만든다. 이다해는 “장미리에게 공감했기 때문에 마음 고생 심하고 욕도 많이 먹을 작품이라는 걸 알면서도 출연했다”며 “사회적으로 용서받을 순 없지만 ‘이런 상황이면 나라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SBS <마이걸>에서 먹고 살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 귀여운 사기꾼 주유린을 연기했던 모습과 상반된 매력이 예상된다. 장미리를 포함한 네 주인공 모두 복합적인 내면을 지닌 인물인 만큼, KBS <성균관 스캔들> 이후 기대주로 떠오른 박유천이 두 번째 작품 <미스 리플리>에서 “단편적인 인물이 되지 않도록 감독님과 미묘한 눈빛, 표정, 대사의 느낌을 의논”하며 안정된 연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를 기대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다.
5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평일 밤 10시대를 뒤덮고 있지만 동시간대 방영하고 있는 SBS <내게 거짓말을 해봐>와 KBS <동안미녀>가 기대에 못 미치는 전개를 보여주는 가운데 <미스 리플리>는 마지막 기대작이기도 하다. 결혼했다고 속인 공아정(<내게 거짓말을 해봐>)과 나이를 위조한 이소영(<동안미녀>), 두 여자 사이에서 장미리의 거짓말은 얼마만큼의 설득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후발주자의 에너지는 30일 밤 9시 55분에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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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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