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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시티헌터>의 이민호, 박민영, 이준혁. (왼쪽부터) |
25일 첫 방송 되는 SBS <시티헌터>의 가장 큰 라이벌은 MBC <최고의 사랑>도, KBS <로맨스 타운>도 아닌 <시티헌터>의 원작 아닐까. 1985년 일본 만화가 호죠 츠카사가 발표한 <시티헌터>는 호색한이지만 일처리만큼은 확실한 시티헌터 ‘사에바 료’가 미녀들의 의뢰를 받아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한국과 일본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상당한 인기를 끈 작품이다. 하지만 드라마 <시티헌터>에서 원작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료’의 캐릭터는 귀엽고 낙천적이지만 마음에 상처가 있는 청와대 국가지도통신망팀 요원 이윤성(이민호)으로 대체됐고 이야기의 큰 줄기 또한 이윤성이 정권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사건들을 처리하는 것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북파공작원 조교와 대통령 경호원 출신으로 친부모를 대신해 윤성을 키운 이진표(김상중), 청와대 경호원 김나나(박민영), 청와대 인근에서 동물 병원을 운영하는 진세희(황선희), 대통령의 막내딸 최다혜(구하라),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김영주(이준혁) 등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이 한국 권력의 최중심부라는 설정도 새롭게 추가된 부분이다.
“액션 뿐 아니라 멜로도 보실 수 있고, 아픔이 많이 깔려 있는 작품”
사실 <시티헌터>의 캐스팅 및 기획에 대한 논의는 2007년부터 시작됐다. 우여곡절 끝에 약 4년 만에 드라마가 제작됐지만, 원작 팬들이 제목만 <시티헌터>인 드라마가 되지 않을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상황에서 원작과의 비교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하다. 하지만 진혁 감독은 “우리 드라마는 원작만화의 프리퀄(원작의 이전 내용) 부분을 한국 상황에 맞게 각색한 작품이다. 많은 분들이 원작과 너무 다르다고 하시는데 원작을 정말 제대로 보신 분들이라면 차이를 많이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은경 작가 또한 “처음에는 ‘한국에 총이 어디 있고, 청부살인이 어디 있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못할 것 같았다. 그러다 해결돼야 할 한국의 문제를 쥐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마음에 원한이 있어서 악인들을 찾아내 단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한국식 시티헌터’임을 강조했다.
그래서 코믹함이 강점이었던 원작과 달리 드라마는 다소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를 다룬다. 17일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시티헌터>는 1983년의 아웅산 테러사건을 끌어오고, 그 후 버림받은 북파공작원들의 모습을 통해 복수의 포커스가 주로 부패한 정권에 맞춰질 것임을 암시한다. 이는 진혁 감독이 “답답한 현실에 대한 통쾌한 판타지를 주고 싶었다”고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쉽지 않은 소재를 어떻게 짜임새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펼쳐나갈 것인지가 <시티헌터>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물론 <시티헌터>에도 윤성과 나나가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이뤄가는 등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는 존재한다. 그러나 “장르를 하나로 딱 정의내리기가 힘들다. 액션 뿐 아니라 멜로도 보실 수 있고, 아픔이나 갈등에 대한 복선이 많이 깔려 있는 작품”이라는 이민호의 말처럼 <시티헌터>에는 현재 방영 중인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중간 중간 등장하게 될 액션 신들은 갈 곳 잃은 남성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수목 드라마 시장에서, <시티헌터>는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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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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