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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 드라마에는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를 원한다면 MBC <최고의 사랑>을, ‘1번가의 비밀’이라고 해도 좋을 미스테리와 로맨스가 골고루 섞인 드라마를 원한다면 KBS <로맨스 타운>, 액션과 멜로가 섞여 있는 드라마를 원한다면 SBS <시티헌터>를 고르면 된다. TV 앞에서 리모콘 싸움은 치열해졌지만, 취향에 따라 어떤 드라마를 고르더라도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세 드라마의 시청률 역시 모두 10%대에 안착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26일 방송된 <최고의 사랑>은 17.9%, <시티헌터>는 11.1%, <로맨스 타운>이 10.9%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 25일 보다 모두 0.5~0.6%p 동반상승했다. 다양성 있는 수목드라마의 치열한 경쟁구도가 더 많은 시청자를 TV앞으로 불러들이게 했다고도 할 수 있을 듯 하다.
세 드라마의 다양성만큼이나 타깃으로 삼아야 할 시청자 층도 다르다. <최고의 사랑>은 지금까지 독고진(차승원)의 코믹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에피소드, 코믹과 멜로를 부드럽게 오가는 유쾌함을 강점으로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받았다. 가볍게 웃을 수 있는 드라마를 원하는 시청자층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며 수목드라마 중 선두를 유지 중이다. 그러나 26일 방송을 기점으로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갈등구조가 드러났다. 구애정(공효진)이 속해있던 국보소녀의 해체 원인이 조금씩 밝혀지고, 독고진이 자신의 심장이 구애정에게 반응하는 이유를 찾아내면서 구애정에 대한 마음을 ‘극복’했다. 독고진-구애정-윤필주(윤계상)-강세리(유인나)의 사각관계가 극의 중심소재로 떠오르는 동시에, 독고진의 감정선이 복잡해지면서 갈등구조가 쌓여가고 있다. 다만 <최고의 사랑>의 작가인 홍자매(홍미란, 홍정은)의 전작들이 갈등을 정리해 나가는 후반부가 유쾌한 전반부에 비해 무거운 분위기의 후반부를 끌고 가는 힘이 다소 약한 경우가 있었다는 점은 우려된다. <최고의 사랑>에서 후반부를 얼마나 흡인력 있게 끌고 가느냐에 따라 시청률도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지 결정될 듯 하다. 이를 위해서는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얼마나 당위성있게 끌고 나가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로맨스 타운>의 시청자층은 <최고의 사랑>과 겹친다. 이 드라마는 아직 노순금(성유리)이 100억 복권에 당첨되고, 이 복권에 얽히게 되는 1번가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오히려 멜로라인이 아직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이미 갈등이 구체화된 <최고의 사랑>과는 다르게 아직 느긋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모양새다. 그렇기 때문에 노순금을 둘러싼 김영희(김민준), 강건우(정겨운)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 지보다는 노순금의 100억 원을 누가 눈치 챌지가 더 궁금해지고 있다. 조금 더 속도감 있는 ‘로맨스’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노순금과 김영희, 강건우의 느긋한 멜로가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그에 반해 <시티헌터>는 멜로와 액션이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는 드라마로 <최고의 사랑>과 <로맨틱 타운>과는 다른 시청자 층을 겨냥하고 있다. 로맨스보다는 화려한 액션, 음모, 복수가 드라마의 중심이 되는 액션 드라마를 원하는 시청자가 타깃이 된다. <최고의 사랑>, <로맨스타운>가 8%에서 드라마를 시작했다는 것과 비교했을 때 멜로를 강조한 두 드라마와 다른 타깃 설정이 유효했다고 볼 수 있다. 1회에서는 이윤성(이민호)이 왜 청와대에 들어가 복수를 하게 되었는지를 긴장감 있게 설명하면서 시청자를 몰입시켰다. 그러나 26일 방송된 2회에서 액션과 극적인 서사구조가 강조되었던 1회와는 다른 이야기를 선보였다. 멜로에 초점을 확실히 맞춰 이윤성과 김나나(박민영)가 서로에게 끌릴 수 있는 로맨스적 복선을 보여주는 것에 주력했다. 갑자기 극 분위기가 바뀌면서 실망감을 표현하는 시청자가 많았지만, 오히려 이윤성이 복수하는 과정 등 풀어나가야 할 이야기가 많은 드라마 특성상 극중 인물을 시청자에게 빨리 적응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세 드라마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 만큼 확보된 시청자를 어떻게 고정 시청자로 만들 수 있을지, 이야기의 흐름에 대한 거부감 없이 새로운 시청자를 유입할 수 있을지가 수목드라마의 우위를 결정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 아시아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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