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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신인상을 수상한 <빌리 엘리어트>의 김세용, 정진호, 박준형, 이지명. (왼쪽부터) |
“남우신인상은 <빌리 엘리어트>의 김세용, 박준형, 이지명, 임선우, 전진호입니다!” 수상자의 이름이 불리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톡식 히어로>의 라이언과 <광화문 연가>의 양요섭, <스팸어랏>의 예성 등 쟁쟁한 아이돌 출신 배우들과 겨루는 상이었기에 놀라움은 더욱 컸다. 어느새 키가 훌쩍 커 버린 소년 ‘빌리’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세용은 “지금 이 자리에 서니까 빌리 마지막 공연이 생각나는데, 제 인생에서 딱 한번 할 수 있는 공연이었기 때문에 더 아쉽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박준형은 “지난 2년 동안 힘든 일도 많았지만 뜻 깊었다. (다른) 빌리들에게도 감사하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약 2년 간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치며 빌리로 다시 태어나야 했던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지난 7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펼쳐진 제 5회 더 뮤지컬 어워즈는 그 어느 때보다 ‘뮤지컬 터줏대감’들에게 많은 상을 안겼다. 지난해 신인상 수상에 이어 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JYJ의 김준수를 비롯해 옥주현과 최성희(바다)가 여우주연상에, 비스트의 양요섭과 슈퍼주니어의 예성, 소녀시대의 태연과 가수 아이비가 신인상 부문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대신 군 제대 후 <지킬앤하이드>로 복귀한 조승우와 <서편제>의 차지연이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최근 고액의 뮤지컬 출연료가 공개되면서 홍역을 치뤘던 조승우는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아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었다. 기사로 인해서 혹시라도 상처받으신 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리겠고, 그렇게 받는 만큼 앞으로도 제값을 하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의 주목에 이어 가수로도 활동하게 된 차지연은 “언제나 먹고 살기 바빠서 주변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여유도 없이 여기까지 막 달려와서 미움도 많이 받았다. 앞으로 무대를 더욱더 사랑하고 아끼는 배우로 살겠다”며 기쁨의 눈물을 보였다.
즐거운 쇼, 뼈 아픈 현실이 공존한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지킬앤하이드>의 조승우(왼쪽),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서편제>의 차지연. |
한국뮤지컬대상과 골든티켓어워즈 등 다른 시상식에 비해 ‘쇼’적인 성격이 강한 더 뮤지컬 어워즈답게 올해도 볼거리는 풍성했다. 진행을 맡은 오만석과 박칼린, 김무열은 뛰어난 입담과 호흡뿐 아니라 뮤지컬 배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박칼린은 <맨 오브 라만차>의 ‘Man of La Mancha’를 열창했으며, 오만석과 김무열은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과 하이드를 각각 중국버전과 일본버전으로 흉내 내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시상식에서 <오페라의 유령> 라울로 변신했던 오만석은 “작년엔 라울, 올해는 지킬. 실제로는 한 번도 못해보고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고 말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외에도 2011년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새롭게 출연하는 배우들이 ‘Mama Who Bore Me’와 ‘The bitch of living’을 선보이며 기대감을 높였고, <천국의 눈물>에 출연했던 브래드 리틀은 ‘Can you hear me?’를 부르며 여배우들에게 장미꽃을 안겼다.
하지만 이날 시상식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극본상을 수상한 <서편제>의 조광화는 수상소감에서 “오늘 제가 입은 수트는 고 조왕연 대표의 장례식장에서 입었던 상복이다. 대한민국에서 한 뮤지컬 제작자가 죽어갔는데 우리 뮤지컬계 그 어느 누구도 공적 반응이 없었다. 지금 뮤지컬판은 각자의 생존 밖에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생존전략은 결국 대한민국 창작스태프들을 차츰 죽여 갈 것”이라고 말해 분위기를 숙연하게 했다. 창작뮤지컬을 하기 힘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연대하지 않는 한국 뮤지컬계의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박칼린 또한 “창작뮤지컬이 어려운 기로에 서있을 때가 많다. 라이선스나 리바이벌 뮤지컬보다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작자들이 많이 힘들다”는 말로 공감을 표했다. 유명한 작품만을 좇던 관객과 배우, 제작진 모두가 책임을 느껴야 하는 문제인 셈이다. 화려한 시상식이 막을 내린 자리에, 창작뮤지컬의 활성화라는 묵직한 과제가 남았다.
제 5회 더 뮤지컬 어워즈 수상내역
최우수창작뮤지컬상 : <서편제>
최우수외국뮤지컬상 : <빌리 엘리어트>
베스트 리바이벌상 : <아이다>
소극장창작뮤지컬상 : <왕세자 실종사건>
극본상 : <서편제> 조광화
연출상 : <서편제> 이지나
안무상 : <빌리 엘리어트> 피터 달링, 정헌재
무대상 : <남한산성> 정승호
의상상 : <남한산성> 이유선
조명상 : <피맛골 연가> 민경수
음향상 : <피맛골 연가> 권도경, <천국의 눈물> 김기영
인기상 : <천국의 눈물> 김준수, 윤공주
작곡작사상 : <피맛골 연가> 장소영(작곡), 배삼식(작사)
음악감독상 : <광화문 연가> 김문정
남우주연상 : <지킬앤하이드> 조승우
여우주연상 : <서편제> 차지연
남우조연상 : <톡식 히어로> 임기홍
여우조연상 : <빌리 엘리어트> 정영주
남우신인상 : <빌리 엘리어트> 김세용, 박준형, 이지명, 임선우, 정진호
여우신인상 : <서편제> 이자람
사진제공. 더 뮤지컬 어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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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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