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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리플리>의 ‘리플리’는 욕망의 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극 전반에 흐르는 장미리(이다해)의 과거 청산과 신분 상승에의 욕망은 극을 이끄는 동력이 된다. 히라야마(김정태)로 대변되는 미리의 과거는 무슨 거짓말을 해서라도 벗어나고 싶은 족쇄이자 욕망의 시발점인 동시에 가장 위험한 장애물이다. 그런 히라야마의 등장은 파도가 모래성을 덮치듯 미리가 만든 허술한 거짓의 세계를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위기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장미리의 설득력 없는 원맨쇼와 쇼에 놀아나는 주변 인물들로 인해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던 <미스 리플리>에 긴장감을 주는 기회기도 했다. 그래서 히라야마가 미리 주변을 대담하고 집요하게 맴돌고, 결국 장명훈(김승우)과 독대한 8회는 이 드라마의 새로운 시작이라 해도 좋을 회였다. 어차피 <미스 리플리>는 ‘왜’보다 ‘어떻게’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 동안 <미스 리플리>는 미리의 욕망이나 장명훈과 박유현(박유천)이 미리에게 빠져드는 이유를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기에 바빴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를 향한 사랑을 고백한 지금의 <미스 리플리>는 그들이 ‘한 번도 사랑을 받은 적 없는’ 미리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그 감정이 만들어 내는 파장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명훈은 히라야마로 인해 자신이 미리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 그녀가 보여 준 모습이 모두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를 덮기로 결심하고, 여전히 거짓말로 상황을 수습하려는 미리의 말을 “됐어. 그만 해”라며 끊고 그녀를 껴안았다. 한편 유현은 미리를 부모님께 소개하고 “누가 봐요”라고 걱정하는 말에 “보면 어때요”라고 대답하며,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 데 익숙한 미리를 껴안았다. 각자의 방식으로 미리를 사랑하는 두 남자의 진심과 이를 받아들이는 미리의 감정이 “나도 호감 있었고 고마웠어”와 “나도 진심이야”라는 말로 표현하며 다르게 보여지기 시작한 어제 방송은 시청자가 여전히 허술한 미리의 거짓말과 선명하지 못한 욕망 대신 본격적으로 시작된 멜로에 감정이입해, 이 드라마를 볼 다른 이유를 제시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한 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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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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