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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이 좋은 대화의 필요조건은 아니지만 충분조건은 된다. 김수미가 단 한 손님을 위해 단 하나의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 콘셉트의 <수미옥>에는 ‘김수미가 만든 음식’이라는 토크를 위한 좋은 재료가 있다. 김수미가 선배인 이순재를 맞이하며 준비한 음식은 함흥냉면과 평양왕만두였고, 그 요리를 통해 함경북도가 고향인 이순재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철저히 게스트 중심으로 질문과 대답이 이어지는 토크를 진행하는 <수미옥>에서 김수미가 요리 재료를 다듬고, 레시피를 설명하고,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과정은 지루해질 수도 있는 구성을 좀 더 풍성하게 한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마치 좋은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는 것이다. 조미료를 첨가하는 대신 음식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처럼, 자극적인 소재들을 대신해 게스트의 이야기에만 집중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 역시 <수미옥>의 방식이다.
1인 게스트를 지향하는 지상파의 다른 토크쇼들과 비교해 보아도, <수미옥>은 꼼꼼한 자료 조사를 근거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에서 뒤지지 않는다. 김수미는 전면으로 나서는 대신 요리를 만들며 고명을 더하듯 토크에 연륜과 경험을 얹는다. 이순재가 시간을 지키지 않는 후배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촬영할 때 자신이 제일 어렸기 때문에 항상 먼저 촬영장에 도착했었다는 경험담을 덧붙이는 식이다. 그래서 “광고를 배우들이 생방송으로 직접 연기했던” 시절로부터 초등학생들도 아는 ‘야동순재’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배우 이순재의 삶은 과장된 의미부여 없이도 그 세월 그대로 브라운관 너머로 전달 될 수 있었다. 모친상을 당했을 때에도 무대에 섰던 이유에 대해 거창한 의미부여 없이 담담하게 말할 줄 아는 일흔의 배우와, 흘러나오는 ‘마이웨이’. “너희들은 선생님 명강의 들었어”라는 김수미의 한마디만큼 이 날의 <수미옥>을 잘 정리해주는 말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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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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