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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연│사랑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노래들

최종수정 2011.07.06 09:18 기사입력2011.07.0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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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은 하나의 선입관이 되어 그 사람에 대한 경험 전반을 지배한다고도 한다. 만약 그게 정말이라면, 언제 그녀를 만났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다들 서로 다른 모습으로 뮤지컬 배우 차지연을 가슴에 품고 있을지 모르겠다. 단순히 그녀가 연기해온 <선덕여왕>의 미실, <드림걸스>의 에피, <몬테크리스토>의 메르세데스 등 각 캐릭터마다 느낌이 다르다는 뜻이 아니다. 대중에게 이름을 널리 알린 <드림걸스> 속 에피의 모습으로 첫 기억을 삼은 이들은 드라마틱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열정적인 뮤지컬 배우를 만났을 것이고, 뮤지컬 팬덤 바깥에서 얼굴과 이름, 그리고 존재감을 알린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 무대로 그녀를 처음 접한 이들이라면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고음역을 토해내는 강렬한 보컬리스트로 기억할 것이다. 현재 공연을 진행 중인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를 통해 이제야 그녀를 만난 이들이라면 극 중심으로부터 한발 물러서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며 이야기하듯 노래하는, 그래서 더 감정이입 되는 차분한 연기자로 차지연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극적인 걸 너무 많이 해서 다른 색깔의 나도 필요하지 않나”는 생각으로 <엄마를 부탁해> 같은 일상적 연기에 접근하는 변화의 과정만큼, 혹은 그보다 중요한 건, “뮤지컬의 곡도, 노래도, 연기도, 내 생각과 감정을 말하는 것”이라는 그녀의 마음가짐이다. “저는 ‘우와! 저런 것도!’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다만 포장 안 하고 진심을 얘기하고 싶어서 배우를 하는 것 같아요.”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의 ‘빈 잔’을 서포트해주던 보컬리스트 차지연도, <엄마를 부탁해> 속 장녀의 역할에 충실한 연기자 차지연도 그렇게 하나의 모습으로 소급한다. 그런 그녀가 사랑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노래들을 추천해준 건, 필연적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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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손, 한 번만’이 수록된 <사랑의 단상 Chapter.3 - Follow You ...>
차지연이 추천한 첫 번째 곡은 러블리벗의 ‘그 손, 한 번만’이다. “숨겨진 곡인데 강현준 씨가 보컬로 참여했어요. 기타 반주 하나에 ‘그 손, 한 번만 잡아볼 수만 있다면, 그 손, 한 번만 잡아줄 수만 있다면’이라고 노래하는데, 청년의 정말 순수한 사랑을 들려주는 곡이에요. 그 파릇파릇한 설렘이 살아 있어요. 어쿠스틱한 사운드도 마음에 들고요.” 아마 짝사랑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노래다. ‘문을 열면 네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웃어주면 좋겠다, 이것도 욕심일까 봐’ 두려워하는, 사랑하지만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은 착한 남자의 마음이 안쓰럽고 사랑스러운 곡이다.

2. Rachael Yamagata의 < Elephants...Teeth Sinking Into Heart >
“이 앨범에 ‘Elephants’라는 곡이 있는데 제가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걸 아는 분이 추천해줘서 듣게 됐어요. 그런데 오히려 저는 여기에 수록된 ‘Duet’이 제일 마음에 들더라고요. 제가 특히 따뜻한 느낌의 곡을 좋아하는데 굉장히 따뜻해요. 전주 시작하기 전에 레이첼 야마가타와 같이 듀엣 하는 남자가 편하게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그 느낌이 참 좋아요. 손 편지를 쓰거나 일기 쓰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일을 할 때 틀어놓으면 좋은 곡이에요.” 레이첼 야마가타 혹은 그와 함께 듀엣을 한 레이 라몬테인의 이름이 생소할 수는 있다. 하지만 MBC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지훈(최다니엘)과 세경(신세경)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 그 따뜻한 선율은 많은 이들이 기억할 것이다. 함께 목소리를 섞는 순간에도 두 사람이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3. 이소라의 <5집 SoRa's 5 Diary>
“이번에 ‘나는 가수다’에서 부르시는 걸 들으면서 알게 된 곡이에요. 제목처럼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부르는 노래인데 기본적으로 이런 정서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고, 그래도 나는 너를 사랑하고, 그런 정서.” 이소라 본인이 부른 ‘바람이 분다’, 김범수가 부른 ‘제발’과 함께 ‘나는 가수다’를 통해 다시 한 번 대중들의 주목을 받은 이소라의 곡이다. 감정을 꼭꼭 눌러 담은 목소리로 ‘너에게 편지를 써 모든 걸 말하겠어, 변함없는 마음을 적어주겠어’라 이야기할 때, 그야말로 듣기 좋은 멜로디의 차원을 넘어 사랑에 지치고 그럼에도 사랑에 감격하는 화자의 다짐이 청자에게 전달된다. 이소라가 종종 노래를 부를 때 감정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건 그 진심 때문일 것이다.

4. 알리(ALi)의 <별 짓 다해봤는데 (Digital Single)>
차지연은 사랑의 풋풋함으로 시작해 조금씩 사랑의 잔인함을 담은 순서로 곡을 배치하길 바랐다. 본격적인 이별 이야기인 알리의 ‘별 짓 다해봤는데’는 그래서 네 번째 곡이다. “사실 이 곡은 발표되기 전에 들었거든요. 하광훈 선생님과 작업하다가 듣게 됐는데 가사가 너무 좋더라고요. 굉장히 솔직한 현대인의 이별 이야기예요. 널 잊고 싶어서 별 짓 다해봤는데 너를 잊을 수 없다는 그런 이야기.” 적어도 가창력에 있어서만큼은 이견의 여지가 없을 만큼 인정받고 있는 알리의 곡이다. 사실 어떤 짓을 해봐도 떠나간 너를 잊을 수 없다는 내용의 노래는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 이 곡이 돋보이는 건, 에두르지 않는 솔직함, 쿨한 척하지 않는 간절함을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5. ‘Love Is Cruel’이 수록된 <아내가 결혼했다 O.S.T>
“우선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를 되게 좋아해요. 독특한 소재잖아요. 일부다처제는 있어도 일처다부제는 보기 어렵잖아요. OST도 좋아하는데 그 중 ‘Love Is Cruel’이라고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사랑 노래가 있어요. 가사를 보면 ‘너는 나를 죽이고 너는 나를 돌게 하고 그리고 나는 너를 사랑하고’라고 하는데 노래에 안 씀직한 가사잖아요. 그런데 이게 마지막에는 ‘너는 더욱 아름답고’라고 하는데 곡을 들어보면 왜 가사가 이런지 알게 될 거예요.” 사랑에 자유분방한 여성 캐릭터는 매력적이지만, 남자들에게는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아내가 결혼했다>의 인아(손예진) 역시 그렇다. 하지만 감정의 상처를 입어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대상에 대한 불가항력의 끌림이란 게 있다. 그걸 노래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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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볼 때는 채워 넣을 게 많은 공연이었지만 실제로는 많이 비워내는 작업이었어요. 내가 이제는 판소리까지 했지롱, 이런 게 아니라 전에는 막 질렀던 걸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서 관객이 다가올 공간을 만들었죠.” 최근 그녀에게 더 뮤지컬 어워즈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 <서편제>는, 수상 여부를 떠나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터닝포인트였다. 화려한 고음 테크닉으로 무대를 압도하는 것도 멋지다. 하지만 배우의 본질이 하지만 밀도 있는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라 할 때, “큼지막한 무대 세트에 의존하거나 쇼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보다는 배우의 힘으로 가는 작품”이라 <서편제>가, <엄마를 부탁해>가 소중하다는 차지연은 분명 더 배우에 가까워지고 있다. 영화나 연극에까지 도전해보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라는 건 그 때문이다. 날 것의 감정을 드러내는 연기가 너무 좋다는 이 배우를 좀 더 자주,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우리의 욕심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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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위근우 기자 eight@
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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